[마이리뷰] 가짜 노동

가짜 노동 - 스스로 만드는 번아웃의 세계
데니스 뇌르마르크.아네르스 포그 옌센 지음, 이수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책 제목을 봤을 때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가짜‘라는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가짜‘인 노동이라면 일명 ‘월급 루팡(실제로 일을 하지 않으면서 급여는 모두 챙겨 받는)‘이라 불리는 이들의 행위를 ‘가짜 노동‘으로 부르는 것일까 궁금했는데 이는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맞는 말인 동시에 틀린 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가짜 노동]은 어른이라면, 성인이라면 당연시 여겼던 ‘노동‘이 왜 필요한가? 우리는 왜 일을 하는가? 같은 일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전세계를 강타한 3년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 사회적 시스템의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노동 환경, 즉 근로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비대면 진료를 비롯한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회의들, 재택근무와 유연 출퇴근제의 촉진, 세계 여러나라들은 국경을 봉쇠하고 일정기간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금지시키는 셧다운을 시행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춤으로써 사회가 마비 될 것 같았으나 또 그에 대한 대안이 마련 되고 한편에서는 배달서비스, 온라인 구매, 화상회의에 필요한 여러 서비스 등등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호황을 누리는 사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이제 우리는 굳이 회사라는 공간에 같은 시간대에 근무 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나를 고민하게 되었고 한편으론 자신의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열정을 쏟던 ‘일‘이라는 것이 과연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보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노동의 가치와 개별적인 자신을 위한 삶을 함께 추구하던 ‘워라벨‘을 추구하던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높아지며 한쪽에서는 계속 근무는 하되 회사가 필요로 하는 시간만큼 있어는 준다는 식의 ‘조용한 사직Quite Quitting‘이, 또 다른 한쪽엔 과감하게 ‘대퇴직Great Resignation‘을 서슴없이 선택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애정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이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극히 일부는 취업이나 직장생활을 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으니 인구는 줄어들고 자동화와 AI가 급속하게 인간의 고유영역까지 파고드는 현실에서 다시금 의미 있는 노동을 시작하려면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왜 그래야만 하는지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이 책 [가짜 노동] 안에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무직 직장인들은 9시 출근, 6시 퇴근의 루틴으로 하루 8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8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집중해서 한 두 시간이면 충분이 끝날 수 있는 일이지만 근무해야 하는 시간에 맞춰 여전히 그 일을 해야하는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을 시간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간에 일을 맞추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이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미뤄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을 늘려하거나, 일하는 척을 하거나, 했던 일을 검토하는 시늉을 하며 ‘가짜 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월급 루팡‘들 뿐만 아니라 만연해 있는 ‘가짜 노동‘에 대해서도 우리 스스로가 인식하고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포인트 입니다.

이제 ‘가짜 노동‘을 벗어나 ‘진짜 노동‘을 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규칙에 얽메여 눈치보며 6시까지 시간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일이 끝났으면 퇴근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굳이 모든 환자들에게 142개의 질의를 해야만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는 것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그 보다 두세배의 행정적 업무를 맡기는 시스템에 대해, 아무도 읽지 않는 200페이지 상당의 연례보고서 작성의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판단해서 개선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이제는 깨닫게 됩니다. 정말 책을 읽고 나면 정신이 번쩍 들 것 입니다. 재밌고 심각한데 또 흥미로운 책 [가짜 노동] 강추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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