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 뒤흔들거나 균열을 내거나
김도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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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넓은 세상,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세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김도훈 님의 [낯선 사람]을 읽고 그게 얼마나 근거없는 자신감이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봤다고 생각한 세상은 이미 프레임이 씌여진, 누군가가 공개하고 허락한 세상이었습니다. 달의 환한 부분만을 늘 보고 살아온 사람이 달의 뒷면 또한 우리가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착각하도록 길러졌는데 비로소 그 벽 너머에도 세상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낯선 사람]에는 정말 낯선 스물여섯 명이 존재합니다. 그중 첫번째 등장 인물 다이앤 포시는 너무나 낯선 이름인 동시에 슬픈 이름입니다. 동시대에 같은 계열의 연구를 한 인물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알고 있습니다. 한 평생을 영장류, 그중 침팬지 연구에 쏟은 제인 구달은 어린이를 위한 책에서부터 어른들, 과학잡지 등에 수 많은 지면을 채워가며 인용되고 친송받는 인물입니다. 그에 비하여 같은 시기에 같은 영장류 중 고릴라 연구를 위해 아프리카 오지 르완다에 머물며 고릴라 사회가 자신을 받아들일 때까지 그들의 행동과 소리를 흉내 내면서 몇년을 기다려 우호적인 관계로까지 이끈 헌신적 연구자 ‘다이앤 포시‘, 영장류 연구의 선구적 역할을 한 이 여성 연구자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너무도 없습니다. 가난한 르완다 사람들은 오랜 내전으로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동물보호 따윈 신경 쓸 여력이 없었고 수컷 고릴라는 밀렵의 대상으로, 새끼 고릴라는 판매용으로, 다른 고릴라들 역시 식용 고기와 박제용 가죽으로 쓰이기 위해 학살을 당했습니다. 이에 스스로를 ‘마녀‘라 부르며 고릴라 보호구역을 침범하는 사람들을 향해 거센 저항을 한 포시는 르완다 정부와도 대립각을 세워 싸웠고 추방과 입국금지를 당합니다. 어렵게 다시 르완다에 입국 허락을 받아 고릴라 연구를 이어가려했으나 르완다 정부는 밀렵꾼들을 소탕하면서 동시에 백인들을 위한 고릴라 관광이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에 열을 올렸고 다이앤 포시는 그로인한 고릴라들이 받는 스트레스에 대해 거쌘 항의를 했습니다. 결국 그녀는 캠프에서 잠을 자다가 살해당했습니다.

[낯선 사람]에 등장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낯선 사람인 동시에 일방적인 ‘정상‘을 가장한 토끼몰이식 틀안의 사고방식에 사육당한 저 같은 사람은 절대 몰라야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의 사건에 수 많은 경우의 수가 등장하는 것처럼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할 수도 없고 동일해서도 안 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이 다르고 살아온 삶이 다른데 무엇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그 결정적 구분선은 누가 그었는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재단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린 사각의 틀안에 끼워 맞춰 살고 있었습니다. 선 밖에 무엇이 있는지, 사실 선이 존재한다는 것도 모른채 살아왔습니다. 종교든, 동성애든, 정치적 색깔이든 선과 악, 흑과 백의 논리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배경, 세상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 나를 가두는 벽에 대해 궁금해하고 의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낯선 사람]이 더이상 낯설지 않는 날까지 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원합니다. 여기 나온 스물여섯 명 중 한 사람에 대해서라도 알아가면 고정관념의 벽에 작은 틈새가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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