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나운 애착 비비언 고닉 선집 1
비비언 고닉 지음, 노지양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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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사나운 애착]의 저자 비비언 고닉에 대해 ‘비평가, 저널리스트, 에세이스트, 뉴욕에서 나고 자라고 활동했다. 칼럼, 비평, 회고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신의 삶을 건 독보적인 글쓰기를 보여주며 오랫동안 ‘작가들의 작가‘로 불려왔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작가들의 작가‘라는 표현을 본 순간 궁금해졌습니다. 더욱이 [사나운 애착](1987)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지난 50년간 최고의 회고록‘으로 손꼽힌다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첫 문장에서 여덟 살의 비비언 고닉을 만났습니다.

엄마와 옆집 드러커 아줌마가 나누는 말들을 귀 기울여 듣고 있는 여덟 살의 여자애는 당시 살고 있던 다세대주택(아파트)에서의 기억속엔 여자들만 있었다고 회고 합니다. ‘그곳 여자들 모두가 드러커 아줌마처럼 상스럽거나 우리 엄마처럼 외고집이었다‘라며 물론 남자들도 있었을 것이고 그들은 남편이었고, 아빠였고, 아들이었겠지만 워낙 여자들간의 충격적인 사건사고들이 일상으로 발생하고 소강상태였다가 다시 터졌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남는 장면이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이제 세월은 흐르고 비비언 고닉은 엄마와 산책을 하면서 그때 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살던 여자들에 대해 기억하느냐고 엄마한테 묻습니다. 예의 드러커네, 열여섯 살 때 시집 온 지머먼, 윗집에 살던 러시아 사람들 이야기를 꺼내는 엄마와의 시간이 또다시 흘러 여전히 둘-마흔다섯 비비언 고닉과 일흔일곱의 엄마-은 산책을 하고 옛날이야기를 합니다. 시간을 박제한 것 처럼 그시절을 그대로 읊어주며 비비언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 비화들, 감춰진 진실들을 이제는 이야기하는 엄마와 엄마가 모르는 자신의 일들, 이야기들, 숨겨진 이야기들과 행복했던 이야기도 불행했던 이야기도, 불편하고 누군가는 아팠을지 모를 비밀 이야기들은 책에 쓰여 있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통해하는 엄마를 향해 딸이 되어서 어쩜 그렇게 삐딱하게 바라볼 수 있냐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냉철한 사람인가 싶다가도 자기 자신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서도 칼 같은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문장에 그녀는 타고난 비평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제목 [사나운 애착]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이상화 된 결혼‘에 애착을 보인 엄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본 것일까, 비유대인이며 보헤미안 예술가와 결혼했지만 결국 한쪽이 사라지는 결말로 끝이난 자신의 결혼생활 이후, 새롭게 엄마와 그곳 여자들-브롱크스 다세대주택에 살던-을 이해하게 된 나를 중심으로 애착이라는 단어를 쓴 것일까...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겹겹히 쌓였음에도 그때 그모습, 그시절을 재생하듯 상세히 들려주는 [사나운 애착]에 실린 비비언 고닉의 삶은 평범함속에도 얼마든지 특별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쓰지 않았다면 누구도 기억하지도 생각하지도 못했을 그 시대, 그 시절 이야기들이었기에 가치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아울러 부럽습니다. 애착이라는 단어로 묶여질 만큼의 엄마와 딸이라는 관계가.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결코 보이지 않을 내밀한 것조차 감지하고 발견하는 두 사람이 신기하면서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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