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흄세 에세이 1
알베르 카뮈 지음, 박해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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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를 읽었지만 그의 산문집 [결혼]에 실린 ‘알제의 여름‘에 등장하는 ‘햇볕을 쬐니 기분이 좋아서‘라는 문장을 읽고 나서야 소설 [이방인]의 뫼르소가 ‘불로 지지는 태양의 열기와 땀방울들이 눈썹 위에 고이는 것을 느끼‘며 한가로이 누워 쉬고 있는 아랍인을 향해 ‘방아쇠가 당겨졌다‘라고 한 말의 모순점을 발견했습니다. 산문에서는 햇볕에 기분이 좋아진다고 하는데 소설에선 이글거리는 태양 때문에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릅니다.

[결혼]은 역자의 해설을 빼고 나면 88쪽 분량의 작고 짧은 산문집 입니다. ‘티파사에서의 결혼‘, ‘제밀라의 바람‘, ‘알제의 여름‘, ‘사막‘까지 총 네 편의 서정적이며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여행 에세이 성격을 띠는 글들을 읽다가 그의 작품세계와 연결 된 문장을 만날 땐 반갑고 좋습니다. 고대 카르타고의 무역항이었던 ‘티파사‘에 봄 되면 신들이 내려온다는 전설을 소개하듯 시간여행에 초대하는 카뮈가 지금도 고즈넉한 유적지의 돌들에 스며들었을 것만 같고 제밀라의 바람과 태양이 정말 강렬하여 정신이 소멸하는 장소가 맞는지 확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카뮈가 나고 자라던 시절의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 였습니다. 카뮈는 프랑스인 아버지와 스페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음에도 가난한 알제리의 소년으로, 청년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산문집 마지막에 실린 ‘사막‘을 헌정한 장 그르니에를 만나 자신의 능력을 인정 받고 도움을 받아 한단계 더 높은 곳을 향해 성장하기 전까지 말입니다.

짧지만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읽어볼 가치는 충분합니다. 소설로 만나는 카뮈와 산문으로, 날것으로 만나는 카뮈는 달랐습니다. 그의 다른 작품들을 이해하기 위한 또다른 해설서 [결혼]을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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