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레이디스

레이디스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2월

‘불안의 시인‘, ‘서스펜스의 대가‘라 불리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편 소설 열여섯 편이 [레이디스]라는 제목으로 엮여서 탄생 100주년 기념 소설집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소설의 첫인상은 평범한 스릴러였는데 막상 다 읽고 나니 식스센스급의 반전이 곳곳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어 소름이 끼쳤습니다.

주로 주인공들은 억압받는 여자, 폭력에 길들여진 부인, 이유도 모른체 상대방에게 적대적인 여자나 이웃, 선량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 자리잡은 기괴함이 음습하게 감춰진 여인 등등 결코 평범하지 않는 주인공인데 또 이들이 유별나게 특이한 사람들은 아닌 모호함이 특별한 소설들이 대부분이었고 이는 당시 대공항의 시대를 살아남은 이들의 황폐한 정신세계가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소설들에도 영향을 미친게 아닐까 하는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시드니라는 이름의 거미가 독립했다가 다시 어미 거미의 보호아래로 돌아오는 ‘시드니 이야기‘나, 맨 마지막에 실린 그야말로 그로데스크한 달팽이들이 등장하는 ‘달팽이 연구자‘ 처럼 독특한 소재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짧은 단편소설들 이외에도 제목은 ‘영웅‘인데 내용으로 봐서는 정신병원에 갔어야 하는 사이코패스의 만점 연기와 광기의 탈출에 결국 모든 것을 불살라버리는 결말을 마주했을 때의 기절할 것 같은 심정은 무엇으로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귀여운 질투와 소녀들의 경쟁심리에 불안을 한 껏 증폭시키는 인물의 등장과 우월감에 빠진 소녀가 겁도 없이 행동하려 할 때 다행히도 누군가 소녀의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뻣뻣했던 뒷목이 풀리는 기분이 들고, 소설들이 실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가 왜 ‘불안의 시인‘인지는 알 것 같습니다. 평범한 일상에 스며드는 ‘악‘에 가까운 존재들- 남편, 이웃 남자 등-이 살아있을 땐 실질적 폭력으로 고통을 안겨주고 죽어서는 결국 주인공들의 삶을 갉아먹는 위협적 존재가 되는 악순환이 계속 되기에 소설속 세상이나 소설 밖 세상이 경계없이 드나드는 걸 목격하는 기분이라 저절로 불안해지고 의심하게 됩니다. 문제는 외롭고 힘든 이들에겐 의도를 숨긴 친절을 가장한 사람이 건네는 싸구려 사탕도 사랑이라는 헛꿈을 꾸게 된다는 것 입니다. 비참하게도.

독특하고 불안한 시선의 소설이지만 그만큼 읽어볼 가치가 있습니다. 인간의 상상력이란...끝이 없구나...싶어 놀라면서 읽었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습니다. 추운 겨울 밤을 꽁꽁 얼려버리는 기상천외한 소설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가끔은 나만 이 수렁에 빠질 수 없다! 외칠 때가 있는데 이번이 딱 그런 경우 같습니다. 같이 불안하고, 같이 놀라다가, 같이 어떤 지점에 다다르길 바라며 추천 합니다.

*출판사 세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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