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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우연들
김초엽 지음 / 열림원 / 2022년 9월
평점 :
책 표지와 김초엽 작가 이름만 보고 신간 ‘SF소설‘로 오해를 했습니다. 제겐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단비와 같이 등장한 작가님이다보니 떡하니 ‘첫 에세이‘라는 타이틀이 쓰여 있음에도 ‘SF소설‘을 기대했더란 말입니다. SF가 아니어서 실망했냐고 묻는다면 전혀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책과 우연들]은 김초엽 작가가 직접 쓴 소설들, 논픽션 공저 등의 작품을 쓰는 과정에서 만난 ‘책들‘에 대한 이야기이자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생화학 연구실에서 DNA와 단백질을 다루는 실험을 주로 하던 이가 어떤 이유로 소설, 그것도 SF소설을 쓰게 되었는지 속시원하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그래도 글쓰기가 실험용 피펫보다 나에게 잘 맞는 도구 같다는 직감은 있었다. 오랫동안 취미로 글을 써와서 적어도 편하게 느껴졌다.˝(48쪽)
공모전 당선작도 겨우 쥐어짜서 썼다고 고백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독자의 한 사람으로선 그지없이 부럽습니다. 쥐어짜도 절대 못쓰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작가님은 모르는 것 같아 사족을 달아봅니다.
SF라는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하면서도 무엇이 SF소설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모르는게 당연하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전적의미로는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을 바탕으로 외삽한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 SF라고 하지만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미래로 시간여행을 하는 소설도 우리는 SF소설이라 부르고, 초능력자와 돌연변이에 의한 새로운 생명체, 외계행성과 외계인이 등장하는 소설 역시도 SF소설이라 부르는데 결국 ‘과학적 사실 혹은 가설‘이라는 틀은 이미 오래전에 깨어졌고 장르의 영역은 계속 확장해왔다는 것이 ‘SF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있음에도 없다는 것이 골자 입니다.
이졸데 카림의 [나와 타자들]을 읽고 소설 [마리의 춤]을 구상(66쪽)하게 된 이야기, 과학책인 해리 콜린스의 [중력의 키스]와 중력파 최초 검출이라는 대사건의 뒤에 다방면의 협력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부분을 엮어서 전세계 단위의 거대 협업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내용을 넣은 장편소설 [지구 끝의 온실]이 만들어지고, 후천성 청각장애를 가진 작가님에게 온 메일 한 통으로 김원영 작가와의 논픽션 대담집 [사이보그가 되다]를 준비하면서 밑천이 없다는 두려움을 한가득 안고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갔던 사이사이의 에피소드들이 큰 재미를 선사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김초엽 작가님이 최초의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만나고, 이름만 들어도 그들에게 붙은 상들이 떠오르는 수 많은 작가들과 작품을 통해 [책과 우연들]이 시너지 효과를 내면 혹시라도 누구보다 빠르게 오늘은 독자지만 내일은 또 새로운 내가 되는 그런 날들을 꿈을 꾸도록 만들어줍니다. 아마도 이 책이 전혀 SF소설과는 거리가 먼 이들에게 SF 작품의 마중물이 되어 어슐리 K. 르 권과 마거릿 애트우드, 배명훈의 작품들을 찾아보게 하는 효과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예상을 해 보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과 [우리를 둘러싼 바다] 같은 작품에도 마음을 주게 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기쁜 마음으로 예측해 봅니다. 우주와 미래와 시간에 관심있는 많은 분들께 이 책 [책과 우연들]을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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