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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스탠드 ㅣ 꿈꾸는돌 32
추정경 지음 / 돌베개 / 2022년 7월
평점 :
게임에 목숨을 거는 딱 열다섯 살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한밤중 느닷없이 ‘핵 쓰고 있어!‘라는 버럭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게임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줄 알았는데 프로그램 해킹을 통해 캐릭터 능력치를 비정상적으로 올려 쓰는 걸 ‘핵을 쓴다‘고 한다는 걸 [언더, 스탠드]를 읽으며 이해하게 됐습니다. 반타 블랙이라는 화이트 해커가 등장해 핵을 쓰는 유저들-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을 계도하기도 하고, 게임 회사를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소설의 주인공 목훈과 목훈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그 댓가로 원하는 프로그램 개발을 요청 중인 VVIP 함 회장과 젊은 시절 자식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목훈의 아버지가 현실과 가상의 공간에 등장합니다.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실제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운 ‘대혼돈‘이 소설 [언더, 스탠드]의 첫인상 입니다.
프로그램 속 가상 증강 현실(VR)에 접속해 함 회장이 그토록 원했던 멸치잡이 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게임을 하며 직접 바다위의 어선에 있는 듯 생선비린내를 맡고 파도의 울렁거림, 외국인 선원과 실제 좌표를 그대로 구현하고 있는 GPS 좌표까지 사실적 묘사 된 게임속 세상을 경험하던 ‘참가자1‘ 닉네임을 쓰는 목훈과 윤 팀장을 향해 이름없는 경고등이 켜집니다. 가상의 세상이지만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운 그래픽 환경에 뇌파를 이용한 다각적인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실제 멸치잡이 경험이 없더라도, 배링해에서 킹크랩을 잡은 적이 없더라도 그 위험한 순간의 바다를 마치 경험했다고 뇌가 착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시뮬레이션을 이제 종료하려는 시점에 10미터 높이의 파도가 배를 내리치고 가판에 있던 유저들은 실제하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목숨이 위태로워질 정도의 공포와 육체적 충격을 온몸으로 느끼며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초월한 그림자 형태의 존재에게서 더이상 이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말라는 경고를 듣습니다.
프로그램이 구현하는 가상의 세계에서 움직이고 생각하는 정신적인 ‘나‘와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육체를 가진 ‘나‘는 같은 존재일까?, 실제로 멸치잡이 배를 타고, 배링해에서 킹크랩을 잡은 사람이 들려준 경험들을 프로그램에서 구현했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만든 내가 그런 경험이 없다면 누군가에게 실제 경험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심연보다 깊은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속을 이해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뇌파를 통해 만들어진 감각들에 의해 실제하지 않는 고통을 느낀다는 것만으로 죽음에 다다를 수 있는가? 등등 수 많은 질문을 받고 또 질문을 하며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비로소 ˝이해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일세. 함께했으니 됐네.˝라는 문장에서, ‘한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 아래로 가서 서 봐야 한다‘라는 의미의 책 제목 [언더, 스탠드]를 발견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 자체도 자신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경험과 체험을 기반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또한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임 좋아하는 아들을 알아가는 방법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아이들 역시 부모의 입장이 되기 전에는 부모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언더, 스탠드] 추천합니다. 세상을, 타인을 이해하려는 모든 분들께.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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