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북바이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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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출판평론상 대상 수상작 [책의 정신]의 개정 증보판이 나왔습니다.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이라는 부제목과 고전을 제대로 읽고 싶다는 열망에 선택한 책이라 기대를 하고 첫장을 열였습니다. 최근에 읽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체스 이야기]가 들어가는 말에 나와 반갑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 책을 읽어야만 하는 당위성을 얻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소문의 책들이 가진 충격적인 진실을 만났습니다.

저자는 첫 번째 이야기-포르노소설과 프랑스대혁명을 통해 교과서에서 배운 세계사의 한계와 충격적 진실을 제시합니다. 많은 이들이 프랑스대혁명이 왜 일어났는가?라는 포괄적인 질문을 할 때 로버트 단턴은 왜 ‘프랑스‘에서 대혁명이 일어났는가?에 중점을 두고 혁명이 일어나기 전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 되는 세 종류의 책을 찾아내 대혁명의 실마리를 역으로 찾아갑니다. 정치적 중상비방문과 SF소설은 현재를 비판하고 새로운 세계를 갈망하는 장르소설이니 시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포르노소설이라니,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위대한 고전들‘은 어디로 가고 ‘프랑스‘ 계몽사상가들에 의한 혁명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싶을 때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로 문맹률 입니다. 프랑스혁명의 성서로 불리는 장 자크 루소의 대표작 [사회계약론]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대혁명이 들불처럼 일어났을 것이라는 착각은 [사회계약론]이 처음 출간 된 1762년 이래 딱 한 번 더 1791년에 찍었을 뿐 이며, 프랑스혁명의 지적인 기원을 연구했던 다니엘 모르네의 조사 결과에도 당시 사람들이 읽었던 개인 장서의 경매목록 2만 권 중 단 한 권이 포함 되어있다는 사실에 의해서 깨어집니다. 오히려 루소의 연애소설인 [신 엘로이즈]는 출간 된 이후로 40년간 꾸준히 115쇄를 찍었으며 가난한 평민 출신의 남자 주인공과 스위스 귀족의 외동딸인 여자 주인공의 비극에 가까운 사랑이야기에 공감한 독자들은 루소에게 편지를 쓰면서 귀족과 평민, 주인과 하인, 남성과 여성, 성인과 아동 간의 경계를 넘어 같은 인간으로 여기는 ‘평등‘의 사상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이는 곧 공감을 이루며 기존의 관습적인 사회이념에 대한 반론이 태동했다는 것입니다.

‘아무도 읽지 않은 책‘을 쓴 코페르니쿠스를 통해, 과학혁명이 그동안 숨기고 있던 비밀을 폭로하는 두 번째 이야기에 이어서 서양 철학의 고전하면 떠오르는 플라톤의 [변명]과 공자의 제자들에 의해 집필 되었다는 [논어]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채 뒤엎어버리는 세 번째 이야기, 여성으로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관찰을 중심으로 우리가 사실을 바라보고 있음에도 거짓된 정보에 휩싸여 혼란의 세상에 걸어들어갔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말을 믿었기에 자신에 대해서도 그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평가합니다. 더욱이 상대방이 권위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병에 대한 진단을 내리듯 나에 대해 말을 해 주면 믿게 되어 있습니다. [책의 정신]을 읽고 느낀점은 고전에 대한 찬양 일색의 권위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허상 또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 국가 권력을 지배하는 이들은 국민에게 악법도 법이라고 말합니다. 그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조차 믿고 지켜나간 정신이기에 민주사회에서 법은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니 이미 만들어졌다면 그 법이 악법이더라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배웠고 다음 세대에게도 이렇게 배우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 되고 소용된 시절이 유신정권과 군사정권 때라는 사실은 잊고 말입니다. 더욱이 소크라테스는 책을 쓴 역사가 없습니다. 우리는 소크라테스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는 플라톤의 책을 통해, 그리고 플라톤의 사상이 필요한 국가권력자들의 맞춤식 필요에 의해 그렇게 배우고 지배당해 왔습니다.

[책의 정신]은 프레임에 갖힌 우리 자신을 프레임 밖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틀을 깨고 나와야 자신이 틀 안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듯이, 기존 세대가 그어놓은 권장소설 목록의 경계선 밖에선 21세기인 현재에도 분서갱유가 진행 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세상이 몇초면 연결 된다는 초미디어 시대지만 오타까지도 복사해 붙여넣는 정보를 의심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로 가득해졌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무엇을, 어떻게, 왜 읽어야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책의 정신] 꼭 읽어보시길, 우리가 알던 세상이 어쩌면 트루먼 쑈의 세트장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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