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고개 비화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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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을 받으라]로 알게 된 박해로 작가의 SF호러 연작소설 [외눈고개 비화]는 표지에서부터 오컬트적인 느낌이 물씬 납니다. 전설의 고향도 떠오르고,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들도 떠오르고, 도참사상이 들어 있는 예언서 [귀경잡록]이 주요한 뼈대를 이루는 연작소설이다보니 최근에 읽은 조완선 작가의 [비취록]도 떠오릅니다. 자! 영혼을 짓누르는 원초적인 공포!의 세계로 들어가 볼까요?

세종 20년(1438년), 건국신화를 부정하고 백성들을 미혹시킨다 하여 금서처분을 받게 된 [귀경잡록] 6장에 등장하는 사또 박고헌 이야기를 꺼내며 스무 살에 사라졌던 친구 김정겸이 40년 만에 나타나 퇴임을 앞둔 사또 이선규에게 무섭고 공포스러운 지난날의 악귀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자신은 단지 외눈고개에서 하루를 보내고 왔을 뿐인데 세상은 40년이 지나있다는.

재주 많고 예절바른 정겸이 단지 서자라는 이유로 부친이 유언으로 남긴 재산 조차 안 주려고 하는 정실 자식 때문에 그저 한잔 술로 마음을 다스리며 내일을 위해 더 열심히 몸과 마음을 수양(15쪽)을 하던 어느날 술에 취해 늦은 시각 홀로 밤길을 걷다가 장터 구석에서 피를 흘리는 노인을 발견합니다. 노인은 강도가 딸을 데려갔다며 도움을 요청하고 정겸은 노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달려가 괴한들과 싸우다 상대방의 급소를 주먹으로 때려 그자리에서 괴한을 죽이고 말았습니다. 관아를 찾아가 사고경위를 진술하고 현장에 왔을 땐 죽은 강도만 있을 뿐 노인도, 노인의 딸도 보이지 않습니다. 결국 서자 출신인 정겸을 전부터 싫어하던 배다른 형제들의 함정에 빠져 술에 취해 시비를 거는 외지인을 살인한 죄인이 되어 한양으로 이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 때 같은 옥사 안에서 방장이라며 자신이 육번 안지천 장군이라 말하는 이가 정겸이 살려 준 노인과 노인의 딸이라는 여인이 자신과 관계되어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외눈고개(통악산 종자고개)에 숨겨진 비밀 무기를 이용해 새로운 왕이 되고자 한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반신반의 했으나 그가 말한 화재로 감옥이 혼란스럽자 정겸은 그들 무리를 따라 악귀들의 고개, ‘외눈고개‘로 가게 됩니다.

비천자와 비행기구를 타고 온 원린자, 경상도 섭주라는 공간과 인간의 탈을 쓰고 있을 뿐인 인외의 존재 당랑자가 등장하는 조선SF 호러 연작소설 [외눈고개 비화]는 이러한 원초적 공포의 시간을 겪고 살아남아 돌아온 정겸의 이야기인 동시에 함께 실려 있는 ‘우상숭배‘ 작품 속 흡혈귀나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는 존재의 등장과 개구리참외를 닮은 열매 네 개를 통해 인간의 몸에 자리 잡은 외계 생명체가 탈피를 하듯 인간의 모습을 터트리며 눈이 붙은 오징어와 같은 모습으로 동네 등장하는 그야말로 난리부르스가 펼쳐지는 호러 소설입니다.

조선의 역사와 비사 뿐만 아니라 전해 오던 괴담과 외계인(원린자), 그저 식량에 불과한 인간이라는 존재와 신분사회였던 조선과 왕의 명령으로 처녀를 수집하러 조선 땅을 뒤지던 채홍사의 등장으로 시대를 비판하는 한편, 끝까지 살아남은 이들이 들려주는 옛날이야기 같아 한여름 밤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 그야말로 조선SF 호러 연작소설입니다. 호기심 많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참아주세요. 박해로 작가의 귀경잡록 시리즈 3권 [외눈고개 비화] 오컬트 마니아분들께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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