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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봄에 내가 처음 한 일은 목록을 만든 것이었다.
강보
배내옷
소금
눈
얼음
달
쌀
파도
백목련
........ (9쪽)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책을 수 백번 읽어도 그저 흰색으로만 보였을테지...이런 생각을 하며 모든 흰 것들에 대한 소설 [흰]을 읽었습니다. 남편이 동네서점에서 산 초판본 [흰]을 6년의 세월이 흐른 봄날 하얀 밤에 읽었습니다.
세 뼘이나 되는 크기의 녹슨 숫자 301호가 새겨진 집에 살고 있는 그녀가 화자이며 주인공인지 모르지만 그녀는 흰색 페인트로 더러움이라 생각하는 모든 것을 덮습니다. 한 시간이 지나 다시 나가보니 여전히 배어나오는 그림자를 향해 흰색 페인트를 성긴 붓으로 덧칠 합니다.
흰 것에 대해 쓰겠다는 결심 이전에 그녀에겐 이미 ‘흰‘ 존재들이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기억을 못했을 수도 안 했을 수도 있습니다. 태어나 두 시간 만에 죽은 언니, 상처를 덮는 거즈의 흰색 만큼이나 새하얀 배내옷을 수의로 입고 눈이 내리는 추운 날 ‘죽지 마. 죽지 마라 제발‘이라고 애원하는 엄마의 목소리와 세상 밖으로 밀려난 힘겨움과 스르르 사그라든 빛 만큼 새 하얀 아픔을 간직하고 떠난 언니를 그녀는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국의 도시에 새로 복원 된 건물 앞에서 애도를 하고 기억합니다. 남동생의 결혼을 준비하며 엄마의 유골이 뿌려진 바다와 하얀 파도, 재가 되어 날아 가는 무명저고리를 바라보며 최선의 작별의 말을 해봅니다.
상처난 손으로 만진 소금처럼, 첫 서리를 밟는 발바닥의 느낌처럼 어떤 이들은 소설이라 말하지 않으면 절대 소설인 줄 모르겠다고 말하는 소설 [흰]을 읽다 오래도록 이 봄의 흰 것들에 대한 기억이 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또 온통 봄의 시간에 ‘흰‘ 세상에 빠져버렸습니다. 아픔을 나누자 권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래도 달과 쌀과 파도와 백목련이 있는 한강 작가님의 ‘흰‘ 세계가 궁금하시면 한번쯤은 낯선 길로 접어들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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