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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부 키친, 오늘 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이수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간판도 없고 가게는 10평 남짓 공간에 테이블 하나가 유일 합니다. 손님은 오직 하루 한 팀만, 영업은 저녁시간뿐 입니다. 셰프 혼자 요리하고 운영하는 작은 레스토랑 ‘이수부 키친‘이 ‘오늘 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처음은 호기심이었습니다. 표지의 사진속에 공간이 설마설마 전부는 아니겠지 하며 ‘이수부 키친‘에 들어섰습니다. 첫장을 넘기고 두번째 장을 넘기는 동안 과하다 여겨졌던 여백 가득히 기본에 충실한 음식점 사장님이자 셰프님, 그리고 저자인 이수부님의 배려와 공감과 진솔함이 실려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좋은 음식이란 희귀해서 비싼 재료를 쓴 것이 아니라 땅 위에서 좋은 관계를 맺고 자란 건강한 재료를 제대로 다룬 손길이 더해진 결과물을 말한다. 나쁜 재료가 좋은 음식이 되기는 어렵지만 좋은 재료도 나쁜 음식이 될 수 있다. 재료와 사람이 만나는 그 지점이 재료를 만지는 사람의 고민이 시작되는 출발점이 아닐까? (31쪽)
늘 고민하는 이수부 셰프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돈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좋은 사람과 좋은 음식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창기엔 대부분의 손님들이 싱겁다고 할 정도 였다가 이제는 조금씩 싱거운 음식에 손님들이 적응해 가고 셰프님도 맛을 알아가는 이 작은 ‘이수부 키친‘엔 따스함과 오직 한 팀을 위해 매일 장을 보는 번거로움에도 행복이 그득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 ‘이라는 이름으로 사실 먹는다는 것을 그저 에너지 보충으로 여기며 살았습니다. 빠르게 먹고 빠르게 치우고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것이 효률적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잊고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에 기름 냄새 풍기며 엄마가 부쳐 주셨던 김치전,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던 총각김치, 일부러 밥을 눌러 만들어 주신 고소한 누릉지, 소풍 가는 날에 새벽이면 당근 볶고 시금치 데치고 햄도 넣고 계란 지단도 큼지막하게 부쳐 썰어 넣고 돌돌 말아 예쁜 도시락 한가득 싸 주셨던 김밥을 잊고 있었습니다. 봄 내음 가득한 들로 소쿠리 옆에 끼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렇게 까맣게 잊고 살았는지 [이수부 키친, 오늘 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읽으며 새록새록 떠올려 봅니다.
한 테이블, 하루 한 팀의 식사를 준비한다고 하면 손님을 최우선으로 한 고객 중심의 식당을 상상하게 되지만 이곳은 다릅니다. ‘만드는 사람 입맛에 맞게 간을 하‘(139쪽)는데 간은 적당히, 알맞게 합니다. 그날그날의 재료의 상태가 다르고 날씨도 다르고 계절과 기온도 다른데 정확히 계량 된 재료들이 정확히 같은 맛을 낼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데 왜 통일되고 동일한 맛을 느끼길 원했는지... 이제야 그게 이상한 것인지 눈치를 챘습니다. 과하지 않은 적당함과 음식을 만드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베푸는 마음으로 관계를 만들어가는 ‘이수부 키친‘에 꼭 한번 찾아가 보고 싶어집니다. 미리 예약을 하고 좋아하는 음악 선정도 직접하고 필요하면 셰프님 대신 세팅도 해 가며 맛을 음미해 보고 싶어졌습니다. 아마 이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음식에 관한 추억 하나씩은 꼭 끄집어 내어 군침을 흘리게 될 것 입니다. 그 시절을 함께 한 사람이 문득 떠오를 수도 있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저 멀리 치워뒀던 요리책을 꺼내 보거나 책에 실려 있는 레시피들을 살펴보며 이번 주말에 한번 도전해 볼까하는 마음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음식에 관한 이수부 셰프의 철학이 듬쁙 담겨진 일품요리를 글로 읽고 대접 받았습니다. 허기진 마음이 따듯해 지는 기분입니다.
별 볼 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 그 안에 행복을 담는 방법이 의외로 쉽다는 것을 [이수부 키친, 오늘 하루 마음을 내어드립니다] 통해 배웠습니다. 혼자 알기에는 벅찬감이 있어 주변에 널리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꼭 만나보시길.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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