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 박서련 일기
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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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박서련님의 사적이고 개인적인 일기들, 여행기, 월기로 가득한 첫 산문집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를 만났습니다. 온통 달콤한 디저트들로 가득할 것만 같은 표지에 [더 셜리 클럽]의 작가님이라는 사실까지 더해져 군침 흘리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에서부터 반전의 충격을 받습니다.

-걔는 내가 그때까지 만나본 사람 중 두 번째로 위험한 미치광이였는데, 어느 날 으뜸가는 미치광이와 만나서 싸웠고 이빨이 부러졌다고 들었다. 이상한 얘긴데 이 이상 정확하게 요약할 수가 없다. (15쪽)

지금까지 책으로 엮여 나온 일기들-산문집이라는 이름의-을 많이 읽어봤지만 이렇게 솔직하고 필터 없는 글들을 읽어본 기억은 없기에 처음엔 당황했고 나중엔 적응 되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일상의 작은 메모들, 생각들을 일기로 몽땅 쓰고 싶어하고 또 일기를 써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기억들을 쥐어짜는 박서련 작가의 모습이 글에서도 문장간의 여백에서도 때론 분홍색으로 나열 된 글자들 사이에서도 엿보입니다.

-티라미수는 맛있기도 어렵고 맛없기도 어렵지. 언니와 밥을 먹다가 울었다. 밥 먹다가 운다고 재수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서 좋았다. (35쪽)

달콤쌉쌀한 티라미수를 가운데 놓고 마주 앉아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 그리고 막 우는 작가와 그런 모습을 아무렇지 않게 바라보는 언니. 평소에 아무리 친하다고 해도, 가족이라고 해도 밥 먹다 우는 사람을 마주 하면 놀라는 게 당연한데 이 덤덤한 언니는 아마도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라고 하고 집 근처 돈가스 가게에 갔다는 작가의 이야기에도 고개를 끄덕였을 게 분명합니다. 그 집 돈가스는 예쁘다고 하니 또 도대체 어떤 돈가스가 예쁘다는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싫고 좋고 가식이 없고 일기에 쓰는 솔직한 표현들이 낯설었지만 이렇게 쓰고 나면 앙금처럼 남아 있는 그날그날의 피곤함들이 날아갈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 주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재미난 일기들과 함께 실려 있는 2017년 7월의 상하이 여행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전에 제주도 여행 갈 때 비행기 안에서 취식을 금지한다는 사실을 몰라 김밥을 손에 쥐고 있어야만 했던 기억이 떠오르며 상하이까지 비행 시간이 갈 때 한 시간, 올 때 두 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여행 전날의 설레임으로 잠을 설치며 짐을 완벽하게 싸고는 비행기에서 푹 자겠다고 했는데 하늘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한 시간이라니. 뭔가 철두철미 할 것 같은 작가님의 여행기 여기저기에 허당 칭호를 달아드려야겠다 결심하게 만드는 글들이 너무 좋습니다. 어쩌면 남에게 보이기 위한 꾸밈이 없다는 걸 알게 되어 좋은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로세로 각을 맞춰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여진 글이 아닌 진짜 날생선 같은 일기라서 읽으며 민망해 하고 어머어머를 연발하면서도 또 읽게 되는 박서련 작가님의 첫 산문집 [오늘은 예쁜 걸 먹어야겠어요], 체리가 올라간 하트 모양 케익이 당 떨어진 이들을 유혹합니다. 어쩌면 케익으로 보이는 건 겉모습일 뿐 그 안에는 온통 얼린 아이스 술로 가득차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반전 매력의 소설가 박서련님의 일기 구경하러 오세요. 짠 할 때도 있고, 이 언니 매력 있네 소리칠 때도 있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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