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책 실비 제르맹 소설
실비 제르맹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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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 제르맹이 쓴 첫번째 장편소설 [밤의 책]은 1985년 발표 된 작품입니다.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알려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비견되는 현대 프랑스 문학의 독보적 위치의 실비 제르맹은 근 백년 동안 한 가문의 서사를 통해 전쟁과 고통 받는 삶, 역사에 뭍힌 이들의 모습과 미처가는 사랑에 대해 환상과 마법을 섞어 우리에게 [밤의 책]을 선사 했습니다.

지구 최초의 생물과 같이 바다에서 강가로 그리고 마침내 내륙으로 터전을 잡으며 삶도 바뀌는 한 가문의 이야기는 테오도르포스탱 페니엘로부터 시작되어 그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일곱번째 아이 빅토르플랑드랭 페니엘과 그의 열일곱 명에 이르는 자녀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빅토르플랑드랭의 별명 ‘황금의 밤 늑대 낯짝‘을 얻기까지의 과정에 이미 반짝이는 황금 반점 열일곱개가 그의 눈에 떠돌 때부터 페니엘 가문의 신화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페니엘가의 자식들은 모두 황금의 눈으로 불릴만한 이 조각들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땅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물의 밤‘의 시절 페니엘 가족은 ‘알 라 그라스 드 디외(하늘에 운을 맡기고)‘ 사람들이었습니다. 테오도르포스탱은 보불전쟁에 끌려가 얼굴이 반으로 갈라져 괴물의 형상으로 돌아왔을 때 자아마저 둘로 나뉘었습니다. 한쪽은 테오도르 남은 한쪽은 포스탱이 되었고 자신의 아들만은 전쟁에 나가는 것을 피하게 하기 위해 결단을 내렸습니다. 다섯 살이던 빅토르플랑드랭의 손가락을 절단하는, 그리고 자신의 목숨을 끊은 곳은 삶의 터전이었던 운하의 수문이었습니다. 망자의 감은 눈에서 일곱 방울의 우윳빛 눈물이 흘러나와 얼굴에 고이더니 흰색의 진주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시신을 처음 발견한 빅토르플랑드랭은 일곱개의 진주들을 평생 몸에 지니고 살았습니다. 이제 물의 밤을 떠나 땅의 밤을 맞이하는 빅토르플랑드랭이 네번의 결혼을 통해 낳은 쌍둥이들과 쌍둥이들과 자식들들 역시도 전쟁을 피할 수 없었고 그때서야 빅토르플랑드랭은 아버지 테오도르포스탱이 자신에게 가한 행동을 완벽히는 아니어도 이해하게 됩니다.

전쟁의 그림자가 늘 드리워진 시간에 갖힌 듯 보이는 [밤의 책]의 사람들, 실제하는 중단 된 전쟁의 세월을 살아가는 저 자신, 아직은 불안한 아이의 미래 등이 비극으로 더한 참극으로 조금의 희망의 불꽃이 피어나려하면 뒤덮는 검은 밤의 그림자로 두렵게 만들었습니다.

작가 실비 제르맹의 초현실주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 거릴 때 역사적인 사건들-보불전쟁, 제1차 세계대전, 제2차 세계대전 등-을 만나면 잠시 길을 잃습니다. 전설과 신화가 살아있는 세상인데 나무들이 걸어다니고 무덤의 시체들이 자신들의 죽음을 인지 못하는 밤을 겪고 있는데 역사는 진행되고 그것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음을 발견하면 모든 것이 혼란스럽습니다. 더욱이 이 책의 후속편인 [호박색 밤]을 먼저 읽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저와 같은 경우라면.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듯 보이는 표지에 현혹되어 [밤의 책]을 읽다보면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욕망이 불러일으킨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망가트리는지,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이 어떤 그림자를 짊어지게 되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책은 아니지만 삶의 언젠가는 꼭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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