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행자들 오늘의 젊은 작가 3
윤고은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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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상하는 것.
고기압, 벚꽃, 누군가의 부음.
남하하는 것.
황사, 파업, 쓰레기. (9쪽)

벚꽃의 발원지, 경남 진해에서 시작된 부음 소식들이 북상합니다. 거대한 쓰나미로 인해 벚꽃 마중을 나섰던 이들도, 그저 길을 걷던 사람도, 단지 일광욕을 하던 건물도, 해변의 가로등도 모두 난파되어 점. 점. 점.

주인공 요나는 여행 프로그래머 입니다. 요나가 다니는 정글 여행사는 재난이 발생한 곳에 위로금과 봉사 인력을 판견하고 이를 상품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화산, 지진, 전쟁, 가뭄, 태풍, 쓰나미 등 재난의 종류를 자체 분류 법칙에 의해 크게 서른세 가지로 나누고, 거기서 또 152개의 여행 상품을 만들어 판매 중에 있으며 이번 진해 쓰나미 재해 또한 봉사 활동과 결합한 상품으로 계획되고 있습니다. 쓰나미가 만든 해양 쓰레기들은 남하 하고, 요나 역시 재난 여행 상품을 구상하기 위해 남하했다가 벚꽃의 개화 소식보다 늦게 북상을 합니다.

정글에서 10년 넘게 재난을 찾아다녔고 과장이라는 직책을 달고 프로그램 3팀의 수석 프로그래머인 고요나는 어느 날 팀장 김으로부터 엘리베이터에서 추행을 당합니다. 신입들이 말하는 ‘파울‘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고 맡았던 일들은 다른이에게 전달 되었고 고객만족센터의 전화를 후배가 요나에게 넘기기 시작합니다. 피해자들과 연대하지도 못하고 결국 사표를 쓰지만 김은 휴식이 필요한 거라며 상품들 다섯 개 중 하나를 땡 보직 출장 명목으로 참여해 보고 새로운 프로그램을 구상하는 시간을 가져보라고 권합니다. 요나는 그렇게 해서 모녀-다섯 살 딸아이와 함께 온 초등학교 교사-와 지금 막 제대한 공정 여행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 요나보다 한 살 많은 시나리오 작가와 사막의 싱크홀을 구경하고 체험하는 5박 6일짜리 상품을 선택하고 짐을 꾸려 출발합니다. 베트남 호찌민 공항을 거쳐 버스를 타고 해안도시 판티엣에서 배를 타고 30분을 달려가야 다다를 수 있는 제주도만 한 섬나라 ‘무이‘를 향해.

이제 주인공은 없습니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 대로 실행만 되면 가짜는 진짜 재난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 입니다. 요나가 디렉팅을 한 ‘일요일의 무이‘ 프로그램은 8월 첫번째 일요일 오전 8시 11분에 시작 될 예정이었습니다. 마치 벚꽃의 개화시기를 나타내는 계절시계처럼 예정되어 있었으나 남해안 진해를 온통 휩쓸고 간 쓰나미처럼 이번에도 북상하는 것에 누군가의 부음이, 남하하는 것에 쓰레기와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세계 곳곳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재난의 현장을 관광하듯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속이 현실인지, 책 밖의 세상이 비현실인지 혼란이 오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에 의해 무허가의 삶을 사는 무이의 악어들, 수상 가옥과 맹그로브 숲, 건물조차 바스러트릴 수 있는 교살자무화과나무, 문명의 이기 처럼 느껴지는 트럭들과 교통사고의 현장, 끝내 쓰여져 전설처럼 전해지는 이야기들이 진짜 재난이 아닌가 싶습니다. 상상하는 것조차 두렵지만 [밤의 여행자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지금도 어느 섬에서 비극을 키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꼭 읽어보시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구를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또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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