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승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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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 주에 다 읽고도 놓지 못해 간직하듯 리뷰를 미루고 있던 책 [먼길로 돌아갈까?] 입니다.

저자인 게일 콜드웰은 몰라도 [명랑한 은둔자]와 [욕구들]을 쓴 캐럴라인 냅은 알고 있었고 이 두 권의 책은 먼저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가을 은행잎 만큼이나 설레이는 표지를 단 이책에 관심이 생긴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아홉 살 차이 나는 두 사람의 우정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깊은 우정이라면 한 사람의 빈자리는 어떻게 채워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먼길로 돌아갈까?]였고 읽다보니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모든 것의 시작은 개들이었다.(35쪽)
게일 콜드웰은 27킬로그램의 한 살배기 사모예드 클레먼타인을, 캐럴라인 냅 역시 나이가 같은 셰퍼드 믹스견 루실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다 찰스강 가까이에 살고 있었으며 둘을 모두 알던 개 훈련사 캐시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처럼 산책을 하다 만나 동행을 했고 작가들의 공통점인 소극적인 자기중심주의 성향으로 오직 자기 개라는 주제 하나에 골몰하고 있던 시간이 지나 서로가 더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들을 발견합니다.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헤어지는 시간을 늦추기 위해 ˝집까지 먼길로 돌아갈까?˝ 제안을 하고 그럼에도 언제나 그 시간은 짧게만 느껴지곤 합니다. 서로가 긴 시간을 즐겨왔던 취미를 바꿔 도전을 하고 일상의 묵묵함과 필요할 때 부를 수 있는 진정한 친구로 자리매김을 톡톡히 합니다. 평생 수영을 해 온 게일은 자신있게 캐럴라인 루잉 보트의 노를 젓는 시도를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어렵고, 캐럴라인 역시 직접 물에 들어가 하는 수영은 어려웠지만 서로를 더 잘 알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캐럴라인의 책 [남자보다 개가 더 좋아]에 이름을 바꾼 게일과 클레먼타인이 등장하기도 하고 어느 날 저녁엔 캐럴라인이 혼자 부엌에서 차를 끓이다가 갑자기 가슴 한가득 행복감이 차올라 이튿날 아침 고해하듯 이때의 심경을 들려줬습니다. ˝세상에, 나는 명랑한 은둔자야!˝, ˝그리고 게일은 쾌활한 우울증 환자!˝(121쪽)라고 큰소리로 말하곤 곧 같은 제목의 책을 썼습니다.

2002년 6월 초, 아마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흥분으로 가득했을 그 시기에 마흔둘의 나이로 캐럴라인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폐암 4기 진단을 받고 채 두 달이 안되는 시간이 흘렀을 뿐이었습니다. 게일은 그런 캐럴라인을 애도하는 동시에 한편으론 아픔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그녀를 더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를 합니다. 또 그녀에게 유산으로 물려받은 로잉 보트로 8킬로미터를 타고 나면 자랑스러운 마음에 그녀에게 큰소리를 치곤 합니다. ˝아마 내가 꽤 대견하겠지.˝라고.

남이지만 서로를 닮았던 두 사람의 우정을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어린시절의 동창생 생각도 떠올리고 깊어가는 가을이 저무는 것에 아쉬워 가까운 등산로를 걷기도 하며 책과의 좋은 만남을 오래 기억하려 곱씹어 읽고, 소리내 읽고, 문장들을 필사도 했습니다. 이 가을에 [먼길로 돌아갈까?]는 참 어울리는 산책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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