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코드
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병순 옮김 / 싱긋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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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제외하고 늘 고향인 매사추세츠주의 콩코드에서만 지내던 헨리 데이비스 소로의 유일한 바다에 대해 쓴 책 [케이프코드]를 읽었습니다.

소로의 유명한 책 [월든]을 스무 살의 나이에 처음 읽게 되었고 그 이후로 늘 가장 좋아하는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서슴없이 [월든]을 선택하곤 했습니다. 그런 소로가 바닷가를 산책하듯 둘러보고 쓴 책이라는 말에 세심하고 자연을 사랑하는 소로의 문장들을 만날 것을 기대했고 역시나 월든 호숫가 숲을 거닐 던 소로의 관찰하는 듯 한 문장들을 다시 만났습니다.

케이프코드는 손을 굽혀 근육을 자랑하는 모습처럼 보이는 미국 대륙에서 대서양을 향해 뻗어나간 땅이자 곶입니다. 잉글랜드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북아메리카 대륙에 맨처음 도착한 곳으로 소로는 이곳에 1849년 가을에 처음 갔다온 뒤, 이듬해와 1855년 여름에 두번 더 찾아갔습니다. 첫 방문 때와 마지막 방문 때 동행한 이가 있었으니 소로의 절친이자 시인인 엘러리 채닝 입니다. 이책[케이프코드]는 소로가 처음 케이프코드를 방문한 1849년 가을 채닝과 함께 대서양 해변 일대를 걸으며 기록한 내용이 대부분 입니다.

1849년 10월 9일 화요일, 콩코드에서 보스턴까지 이동하고 그곳에서 증기선을 타고 케이프코드만 건너 곶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는 프로빈스타운으로 갈 계획을 세운 일행을 기다린 것은 증기선이 폭풍 때문에 도작하지 못했다는 소식과 함께 지난 일요일에 코하셋에서 난파된 배에 승선하고 있던 145명이 사망했다는 호외였습니다. 소로는 난파선을 보기위해 코하셋을 거쳐서 가는 것으로 계획을 바꾸고 가는 동안 많은 아일랜드인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또는 생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코하셋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역마차를 타고 가며 본 케이프코드의 풍경들, 너셋 평원과 해변을 걷는 날들, 웰플릿의 굴 양식업자와의 만남과 다시 해변을 걷고 곶을 가로지르며 하이랜드 등대를 보고 모래가 뒤덮은 사막을 연상시키는 언덕과 바다가 공존하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소로의 섬세한 관찰과 수많은 자료들, 해변가에 그저 풍경으로 볼 수도 있는 나무 하나하나의 품종에 이르기까지 걷고 이야기하고 바라보는 시간이 고스란히 [케이프코드]에 담겨 있습니다. 부둣가 마을의 전경이 실린 사진과 교회당, 굴 양식업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은 하염없이 1850년대 케이프코드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도록 흑백으로 독자에게 말을 걸어 옵니다. 스쳐 지나가는 새들의 종류를 살펴보고, 흩어져 날리는 작은 씨앗들도 무엇의 씨앗인지 살피는 소로의 모습이 아름다운 바닷가에 아로 새겨질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숲속 생활에도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난파된 배들과 만을 둘러 불어오는 바람의 굉장한 소음과 결코 녹녹치 않은 바닷가 사람들의 삶 또한 놓치지 않고 서술하는 소로의 깊은 사색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폭풍으로 난파된 배와 해초들사이에 부서진 시신들, 조각 난 배의 파편들과 유목들 너머로 여전히 대구를 잡고, 굴을 양식하고, 소를 키우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월든]과 닮았으나 또다른 [케이프코드] 정말 추천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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