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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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단명소녀 투쟁기] 이외에 제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사실만 알뿐 배경지식이 전혀없는 상태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낮선 작가의 낮선 작품이 그렇게 제게 왔습니다.

주인공은 열아홉 살의 고등학생 구수정 입니다. 용하다는 입시 전문 점쟁이 집에 들어선 수정이 지난 달 모의고사 성적표를 가방에서 부스럭 거리며 꺼내 탁자 위에 올려 놓을 때까지도 아무말이 없던 점쟁이는
- 얘는 대학 못 가. (10쪽)
라고 불쑥 입을 열었습니다. 수정이 어릴 적 살던 빌라의 맞은편 건물 1층에서 ‘은주 슈퍼‘를 하던 은주 아줌마가 이곳 점집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가 수정을 알아보고는 공부 잘하는 아이라며 잘 좀 봐달라고 말을 걸어 옵니다. 수정이 용하다는 소문의 입시 전문 점쟁이 북두를 이겼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 지을 때 들려온 말은
- 야, 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죽는다. (12쪽)
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수정은 ˝싫다면요?˝라고 입을 열어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수정이 ‘단명‘이라는 운명을 바꾸기 위해선 죽음과 반대 방향인 남동쪽으로 계속 움직이면 죽음을 조금, 어쩌면 아주 오랫동안 늦출 수 있다는 말에 돌아서 나올 때 은주 아줌마가 건물 1층의 떡집 앞까지 내려와 수정의 배낭을 잡아챕니다. 떡집에서 백설기를 주문하고 백 조각으로 잘라 랩으로 따로따로 포장 해 달래서는 수정의 가방에 모두 차곡차곡 담아 줍니다.

이른 새벽 거리로 나와 어디가 남쪽이고 어디가 북쪽인지 모르채 일단 걸음을 뗐지만 소녀 앞에는 사자를 닮은 개가 나타나고 개는 점점 커지더니 날개가 나오고 수정을 태운 채 높은 산에 가로막힌 낯선 들판에 내려 놓습니다. 내일이라는 이름의 개와 가방의 백설기를 나눠먹고 있을 때 산에서 내려오는 이안을 만납니다. 열아홉 살의 동갑내기 이안은 북쪽을 향해 가는 중이라고, 죽기 위해.

수정과 이안, 그리고 개가 함께 하는 여행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일곱 명의 노인들이 등장하고 죽고 사라집니다.

책을 읽는 내내 우리나라 고전 설화나 민담 중에 목숨을 늘리기 위해 ‘동방삭‘처럼 긴 이름을 지어 삼천갑자를 살았다는 전설이 떠올랐습니다. 단명소녀 수정이 자신의 운명을 이겨내려 움직일 때 이안은 죽음을 향해 걸어갑니다. 그들은 다른 목적이지만 같은 길을 걸어갑니다. 그리고 반전 결말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삶에 대한 의지, 아이에서 어른이 되기 전에 기회를 박탈당한 소녀, 자신의 죽음을 바라는 이들을 위해 죽기로 결심한 이안, 코뿔소 만큼 커져 소녀를 태우고 날 수 있던 내일이라는 이름의 개가 등장하는 환상적인 모험의 나래속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이지만 그럼에도 읽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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