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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평점 :
‘인간의 내면과 오싹한 심령현상이 겹쳐지는 강화길식 고딕 호러!‘에 사로잡힌 것은 우연히 네이버 뉴스에서 보게 된 인천에 관한 소개글 덕분입니다. 인천에 가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을 소개하는 글이 어떤 이유로 눈에 띄였는지 기억은 없지만 차이나타운과 우리나라 최초의 호텔이 있었다는 설명과 함께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의 역사 흔적들이 여전히 남았다는 그곳이 먼저 저를 소설 [대불호텔의 유령]으로 이끌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의 화자인 나는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아주 괴팍하게, 잔인하고 못된 감정이 가득한 소설을 쓸 생각입니다. 하지만 소설을 쓰려고 하면,
‘그 순간, 어떤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기억한다. 칠판을 손틉으로 긁는 듯한 고통스러운 소음이 귓속에서 길게 울려펴졌다...나는 정말로 뭐에 씌었다.‘ (19쪽)
여섯 살 무렵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나를 사로잡은 것의 정체는,
‘그것은 바로 악의. 그래. 바로 악의다.‘(21쪽) 라고 말하는 화자와 함께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무엇이 기억의 혼란과 함께 전라북도 이리시 창현동 성당 옆 부설 유치원과 그 유치원에 못들어가고 1년 동안 다니게 된 미미유치원인지, 나나유치원인지 그 유치원 옆의 허름한 적산가옥에 살았던 자신을 마지막 황녀 이문용이라 주장했던 ‘사기꾼‘의 죽음이 불러 온 호기심에 마주했던 악의, 억울하게 지내보라던 목소리에 씌어버린 그 순간이 또 다른 고종황제의 마지막 황녀라 주장했던 이문용을 직접 만난 엄마와 엄마의 단 하나뿐인 친구 보애 이모의 이야기로 연결 되어 결국 보애 이모의 엄마인 박지운의 이야기로, 그녀의 전남편이자 보애 이모의 친아버지 뢰이한, 지금은 사라진 대불호텔 공사장에 나타난 녹색 자캣을 입은 여인의 정체에 관한 의문이 시간여행의 시작을 알립니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소설 [니꼴라 유치원]을 쓰려는 화자의 다른 소설이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박지운의 때때로 서로 다른 이야기들이며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유령의 존재를 담은 소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각자의 기억으로 윤색 된 이야기가 그렇게 쌓이고 싸여 진짜가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음을, 머릿속에서 들여오던 악의와 원망의 언어들의 정체가 사실은 그저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애원이었고 사랑으로 삶을 지탱하길 바라는 지나간 이들의 바램이었음을 깨달아 갑니다.
1883년의 인천 제물포항, 1971년의 어느 겨울날, 1991년의 여섯 살의 나, 그리고 현재의 소설을 쓰는 ‘나‘를 통해 시대를 살아낸 여자들을 만나고 엄마들을 만나고 청인이라 불렸던 이들의 삶을 슬쩍 들여다보고 전쟁과 그이후의 혼란의 시절이 기억속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발견하는 소설이었습니다. [대불호텔의 유령]은 정말 유령의 이야기인지, 유령이 되어버린 그시절의 사람들의 이야기인지는 직접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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