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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혜택 (무선)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29
크누트 함순 지음, 안미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6월
평점 :
황야를 지나 숲으로 통하는 기나긴 길. 그 길을 낸 것은 누구였을까? 이곳에 처음으로 왔던 남자. 그 사람이었으리라. 그가 오기 전에는 길이 없었다. (9쪽)
크누트 함순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의 영광 안겨 준 소설 [땅의 혜택]의 첫문장을 옮겨 적어 봅니다. 황야...그리고 그 남자가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859년 노르웨이의 구드브란스달에서 태어난 크누드 페데르센은 1862년 가족 모두 함순으로 이사를 하며 크누트 함순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합니다.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는 그 사람 ‘이사크‘는 자작나무 숲과 전나무, 생명 가득한 초지가 펼쳐진 이곳에 정착하기로 결심하면서 어느날엔 암염소 두 마리와 숫염소 한 마리를 끌고 와 돌보고, 돌담을 쌓는가 싶더니 가을이 되자 오두막이 완성 되었고 그는 계속해서 집을 고쳤고, 집안일을 돌보기 위해 하녀로 찾았지만 계절이 바뀌는 동안에도 영영 소식이 없었습니다.
어느날 키가 크고 피부가 그을린 여자 ‘잉에르‘가 산을 넘어가 친척집에 가는 중이라며 잠시 이사크의 오두막에 들어옵니다. 그녀는 아침이 되어도 떠나지 않았고, 낮이 되어도 머물렀으며, 그 집 일꾼이 되었고 결국 외로운 남자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잉에르는 친척들에게 맡겨놓았던 자신의 어미 양 두 마리와 새끼 양 몇 마리를 데리고 와 오두막에 가장 필요한 털을 생산하고, 솔과 물레도 가져와 살림에 보태면서 이사크는 잉에르를 복덩이라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타고난 살림꾼이지만 서른 살이 다 되도록 결혼을 못한 잉에르에게는 언청이라는 장애가 있었습니다.
황야는 점점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탈바꿈 하였고 이사크와 잉에르는 정식으로 결혼을 하였으며 그들의 자식들도 태어났습니다. 아들인 엘레세우스와 시베르트에 이어 잉에르는 딸을 출산하지만 자신과 같은 장애가 있음을 발견하고 두려움에 아이를 변변한 무덤도 없이 급히 매장해 버립니다.
소설 [땅의 혜택]에는 자연과 땅으로부터의 혜택이라는 측면과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고 타인들의 왜곡된 시선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비극을 심어놓고 있습니다. 태어났으나 삶의 기회를 잃은 잉에르의 딸로 인해 잉에르는 또다른 딸을 품은 상태로 감옥에 가게 되고 다시 이사크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을 땐 소녀가 다 되었습니다. 또한 이사크가 개간한 땅은 ‘셀란로‘라는 행정구역명이 정해졌습니다. 지방행정관 게이슬레르는 셀란로에 일이 생길 때마다 도움을 주고 때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터무니 없는 제안을 하곤 합니다. 묵묵히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이사크와 그런 아버지 덕분에 부유해졌으나 땅만 파서 사는 삶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큰아들 엘레세우스가 미국으로 떠나는 것으로 소설은 마무리 됩니다. 소문과 잉에르의 옥살이, 그리고 또다른 여인의 계획적인 영아살인이 용인되는 사건들에 이르기까지 크누트 함순이 창조한 각 인물들은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192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크누트 함순이 그 이후 정치적 논란과 정신적, 심리적 장애로 인해 ‘노르웨이의 혼‘이라는 칭송마저 사라지게 한 점은 매우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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