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파도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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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산은 새벽빛 속에 조용히 엎드려 있었다.(24쪽)

최은미 작가의 [아홉번째 파도] 속 주인공은 지금까지 만나 본 어떤 주인공들과도 다른 모습으로 다가 옵니다. 강원도 척주시 시청 소속 보건소에 약무직으로 근무하는 송인화가 그 주인공 입니다. 보건소 직원들의 일상을 따라다니며 보건소에서 이런 일들까지 하고 있었구나 알게 해주는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오는가 싶다가도 십팔 년 전에 일어난 사건을 기점으로 현재 척주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모종의 단합을 하며 숨겨 놓은 비밀이 있는건 아닌가 끊임없이 의심을 하도록 만들고 우연인가 싶으면 사연이 있어 스릴과 소름을 함께 느끼게 만드는 매력적인 문장들 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 송인화와 그런 송인화를 좋아하는 공익근무 요원 서상화, 한때 미래를 약속 했던 윤태진 등이 등장합니다.

십팔 년전 동진시멘트 척주공장의 차장 한 명이 어느날 어라항 부두에서 시신으로 발견 되지만 결국 자살로 사건은 흐지부지 됩니다. 송인화의 기억속에 흐리게 자리잡은 그날의 비밀은 여전히 잠들어 있고, 어릴적 떠났던 척주로 돌아온 이유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다만 그저 우연일 뿐. 그러나 송 차장 사건의 용의자 였던 석회석 착암기사 이영관 노인이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독극물을 마시고 사망하는 사건이 터지자 과거의 사건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됩니다.

보건소의 소소한 일상들 속에 서상화의 송인화에 대한 애정공세는 독자까지도 설레이게 만들고, 주변인물들, 척주의 다양한 모습, 자연환경 등이 눈앞에 그려지듯 섬세하게 묘사 되어 실제로 척주의 보건소를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게 합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 모습의 이면에 자리잡은 비밀이 하나 둘씩 드러나며 척주 시장과 척주를 지역구로 하는 현역의원, 검은 세력들과의 연계와 원자력발전소 유치에 찬성과 반대의 극명한 대립이 불러일으킨 난타전에 그들의 이권다툼 실체가 밝혀지고, 약왕성도회라는 비밀스런 단체까지 합세하여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 세상이 펼쳐 집니다.

왜 이 소설이 허구의 언어로 강력한 리얼리티를 구축했다는 심사평을 얻었는지는 소설을 읽으면 읽을 수록 척주에 사로잡힌 자신을 발견하면 저절로 깨닫게 될 것입니다. [아홉번째 파도] 속에서 진짜 파도를 만나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그것이 사랑이든, 진실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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