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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 2021 개정판
김훈 지음 / 푸른숲 / 2021년 4월
평점 :
‘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수놈이다. 태어나 보니 나는 개였고 수놈이었다.‘ 이렇게 말 잘하는 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철학하는 개 스누피 이후로는.
김훈 작가님의 [개]는 2005년 쓴 글을 개정해서 새로 선 보이는 책 입니다. 화자는 ‘보리‘라는 이름의 진돗개 입니다. 이름은 사람의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나름 ‘보리‘라는 이름에 자부심을 가진 개의 온갖 세상 관찰기 소설 [개]를 읽다보면 인간이 얼마나 자기 위주로 살았는지 깨닫게 됩니다. 사실 우리도 모르고 개들은 더 모르는 세상의 이치들을 엉뚱하게도 보리의 눈을 통해 만날 때가 있습니다.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어 눈도 뜨지 못하고 어미 젖을 찾아 발버둥 댈 때에도 보리는 생각합니다. 어미 뱃속에 있다가 제일 먼저 길을 열었던 맏형은 앞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치열하게 세상에 나와 나머지 네 형제들의 싸움에서 밀려 결국 사그라들었고 그런 형을 삼킨 엄마를 주인할머니는 제 새끼를 잡아먹었다며 마구 때일 때 ‘엄마는 맏형을 다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속으로 돌려보내기로 작정했고, 맏형은 엄마의 몸속으로 다시 돌아갔다. ...죽었다기보다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엄마의 몸속으로, 그 어둡고 포근한 곳으로.‘(p.24)
댐 공사로 수몰 되는 땅을,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주인할머니와 할아버지, 그리고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보리의 식구들. 하지만 보리는 엄마의 슬픈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겠다고 선언한 후, 개로 태어나 신나고 바쁘고 공부할 것도 많은 삶에 대해 진심으로 즐기면서 때론 자연으로부터 배우고, 신바람! 이것이 개의 기본 정신이라며 공부를 끝까지 잘 해낼 노하우도 전해 줍니다.
주인할머니의 ‘아이고, 우리 강아지 이리 온.‘ 소리에 달려갔지만 ‘나‘를 부른 게 아니고 돌이 막 지난 손자를 부른 것이었다는 말에 꼬리를 흔들며 좋아하다 자기가 아님에 시무룩 한 보리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그러나 개들은 그 때 뿐, 돌아서면 신바람이 날 뿐 입니다.
고향을 떠나 바닷가, 주인할머니의 작은아들네 집으로 가게 된 보리가 또 새로운 주인을 따르고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세상을 바라보며, 초등학교 오학년 큰딸 영희와 두 돌이 되어가는 아들 영수 -할머니의 강아지 그 돌쟁이가 이제 두 돌쟁이가 되어가고 있습니다.-와 살며, 온갖 냄새로 어디에서 사는 개들인지 알아차리고 영희를 따라 학교에 가고 또 흰순이를 알게 되고, 악돌이의 냄새에 필연적으로 싸울 운명을 느낀 보리의 이야기가 오래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의인화 한 개의 이야기지만 인간의 시선이 아닌 진짜 인간을 관찰하고, 현재를 즐기는 개의 이야기였기에 신선하고 감동이 배가 되었으며 세상의 모든 ‘보리‘들에게 유년시절의 그리운 풍경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줘 고맙고 행복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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