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어둠은 바깥으로부터 주어질 때가 많다. 세상을 향해 자기를 열어놓으면 노랑, 주황, 초록, 파랑 등 색색의 존재가 웃으며 다가오지만 본색을 숨긴 채 검은색의 사람도 끼어서 들어온다. 인간은 반쯤 어리석어 수개월이 흐른 뒤에야 옆의 존재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알아차리는데, 그때는 이미 사방이 무언가로 둘러쳐져 있어 탈출하기에는 늦은 시점이다. 28년 전 열여덟 살 때의 내 어두운 생이 그랬다.

<여섯 개의 폭력>,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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