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스무 번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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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스무 번] 속에는 편혜영 작가의 단편 소설 ‘어쩌면 스무 번‘을 포함하여 8개의 소설이 들어 있습니다. 각 소설들은 연관이 없는 듯하면서도 하나의 단편에서 사라진 인물이 다른 단편에서 등장 할 것만 같이 온통 비밀과 비밀을 관통하는 터널들로 이뤄진 듯 느껴집니다.

첫번째 단편 ‘어쩌면 스무 번‘을 읽기 시작했을 땐 도시에서 농촌으로의 귀농이나 전원생활을 위한 이사 정도로 생각하고 신라시대의 고찰이 있고 구곡계곡이 있는 소설 속 지역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었습니다. 옥황상제를 섬기는 종교단체가 진짜로 있는지 궁금했고, 농촌의 전원적인 삶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리고 만나게 된 고립 된 삶에 그림자는 충격이었습니다. 일곱 살 아이가 된 장인을 종일 집에 두고 일을 나가야 했던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살짝 들춰진 가난의 그림자 속에 잠입하는 더 어두운 잔인함이 두려움으로 다가올 때 감춰진 비밀을 지키기 위해 그들 부부가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 결말 없이 끝나버린 것 같아 더 혼란스러웠습니다.

두번째 단편 ‘호텔 창문‘은 2019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으로 여지 없이 편혜영 작가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펼쳐집니다. 사고가 있었고 사고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곧 누군가의 희생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리고 그 희생자의 생명을 대신 살고 있다고 믿는 희생자의 부모가 바로 나의 큰아버지와 큰어머니일 때, 그 집착이 10년, 20년을 넘어갈 때 언제까지, 어디까지 해야만 할 만큼 하는 것인지...미안한 마음 너머로 불안과 슬픔과 한계상황에 대한 두려움이 온통 벽 뿐인 표지 속 건물의 유일한 창문이 철창으로 촘촘히, 서서히 막는 것을 목도하는 ‘나‘와 같이 느껴집니다.

군인이었던 이진수와 아내 장소령이 등장하는 ‘홀리데이 홈‘, 마술사 후디니의 세기의 마술처럼 사라진 수오와 수오의 집에 얹혀 살다 수오의 실종으로 머물 집을 얻은 무영이 남의 집에서 울 권리는 없었다(p.114)라고 말하는 ‘리코더‘, ‘플리즈 콜 미‘의 전화 속 유일 한 흔적으로 남은 남편의 목소리, 나은 적도 없는 아이의 친모가 된 정소명의 ‘후견‘, 도대체 무엇이 ‘좋은 날이 되었네‘라고 말 할 수 있는 상황인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나와 어머니 이야기, 미래는 바닥나 버렸다고 말하는 ‘미래의 끝‘까지 읽고 나면 단편소설들은 마무리 되어버립니다.

소설의 제목처럼 어쩌면 스무 번쯤 읽고 나면 소설 속 미로들을, 얽힌 실타래들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암호들은 온통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되어 있고, 힌트가 숨겨진 장소는 작가만이 알고 있다면 원점으로 돌아오는 순간 길을 잃게 되는 또다른 세계를 발견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모호함과 긴장감, 비밀과 힌트들이 모두 존재하지만 아직은 높은 벽을 만난 듯한 이 느낌이 편혜영 작가의 의도라면 우리는 어느새 거미줄에 엮인 먹이 신세로 전락해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요청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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