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2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 지음, 김혜란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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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제2차세계대전과 스탈린 치하 대숙청의 시절에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낸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중ㆍ단편집 [시간은 밤]은 그저 낯선 이국의 문학이 아닌 이전까지 접해보지 못한 생소하고 소름 끼치게 놀라웠으며 여성들의 반복되는 처절함이 악몽처럼 다가왔습니다.

첫단편 ‘알리바바‘에서 만난 알리바바는 머무를 곳을 찾아 남자들을 만나고 인생 동지로서 남자들의 곁에 머물지만 폭력에 노출되어 발코니 난간 뒤로 밀려나 사층 높이의 발코니 난간 철봉에 매달렸음에도 구조되고 응급구조대에 실려 병원 치료를 받는 동안에도 청소를 하다 일어난 사고일 뿐이라며 둘러댔습니다. 남자는 결국 알리바바의 짐들을 가방에 넣어 발코니 넘어로 던져버렸고, 알리바바 역시 손가락이 완전히 뒤로 꺾인 채 쫒겨나 자기 집, 즉 어머니 집으로 몰래 들어갔습니다.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있는 어머니는 알리바바가 집에 온 것을 알면 바로 알코올중독 강제치료소로 보낼 것을 알기에...결국 운명에 무릎꿇은 알리바바...오래전부터 가지고 다니던 안정제병을 들이켰고 위세척 후 정신이 돌아왔을 땐 정신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어머니의 낡은 교복 원피스를 다시 물려 입은 소녀의 가난함을 뼛속까지 느끼게 한 ‘밀그롬‘, 인생은 연극이라고 관망하는 사샤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 이야기, 제목은 ‘아름다운 도시로‘지만 가난이 대물림 되고 서른 중반에 할머니가 되는 삶과 남겨진 딸과 딸의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그래도 따스한 온정을 느낄 수 있게 도움의 손길이 등장하는 이야기 끝에 중편의 ‘시간은 밤‘이 등장 합니다. 손자와 구걸하다싶이 친구집을 찾아가는 ‘나‘와 또다른 갓난아이를 키우기 위해 떨어져 사는 딸과 알코올중독의 아들과 정신병원에 수감 된 어머니...나는 시인이다. 밤, 나의 시간, 별들과 신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모든 것을 기록하는 나의 시간을 노래하며 [식탁 끝에서 쓴 수기]를 남기고 텅빈 집에서, 살아 있는 이들이 내게서 떠났다며 생의 마지막을 고하는 안나 안드리아노브나의 이야기가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열다섯 살 또는 열여섯 살에 보호받지 못하는 임신과 출산, 방황과 폭력의 세상에 던져지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읽고 그것이 전혀 과장 된 소설이 아닌 작가의 삶이 녹아든 이야기라는 사실에 놀라고, 류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가 여전히 자신만의 색을 입힌 글을 쓰는 작가로 살고 있음에 더 놀랄 수 밖에 없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 지금 정리하며 간단히 읽는 순간까지 서로 다른 감정들이 얽혀들고 있습니다. 가난한 여성들의 삶이 비참하다 느낄 때도 있었고, 그런 삶을 극복하는 힘은 무엇일까 의문도 들었고, 다 포기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모습에서 왜 도움을 줄 존재가 없었을까 안타까웠습니다.

[시간은 밤]은 결코 편안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밤. 나의 시간에 천천히 읽기를 부탁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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