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합본 특별판)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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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지금도 아버지가 ‘잊힌 책들의 묘지‘로 나를 처음 데려간 그 새벽을 기억한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장편소설 [바람의 그림자]의 시작은 이렇게 다니엘의 기억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잿빛 하늘에 사로잡힌 바로셀로나의 거리를 걷는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이 표지를 장식하는 책을 펼쳐들며 저 역시 ‘잊힌 책들의 묘지‘에서 만난 훌리안 카락스의 마지막 소설 ‘바람의 그림자‘를 따라가는 긴 여정에 동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다니엘은 다섯 번째 생일날, 콜레라가 데려간 어머니를 몬주익에 묻어야 했고,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945년 아직은 11살이 되지 못한 다니엘에게 아버지의 특별한 선물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채 바꿔 놓았습니다. 훌리안 카락스에 대한 호기심이 엮어 만든 소용돌이 속에서 다니엘은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지워졌던 훌리안의 여정이 다시 살아나 유령처럼 자신의 곁을 배회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열여섯 번째 생일날, 사랑의 열병을 앓고 있는 다니엘은 짝사랑의 종지부를 찍어야만 했고 그 대신 평생을 함께 할 친구이자 연인 베르나르다와 페르민 로메로 데 토레스, 누리아를 만나 카락스의 흔적들을 역추적 해 그가 19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사망했다는 소문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냅니다. 카락스의 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1935년 말에 파리의 작은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이 소설의 비극은 누군가 카락스의 소설들을 찾아내 악착같이 불태워버려 세상에 남겨진 유일한 책이 다니엘의 손을 거쳐 존재함을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 내전으로 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되었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소설 [바람의 그림자] 속에 존재하는 사이코패스 푸메로 경감의 집념어린 감시와 책 속의 책 ‘바람의 그림자‘를 세상에서 지우기 위한 유령의 전쟁이 또하나의 비극이자 희극으로, 인연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미로와 같습니다. 긴장 된 순간을 지나고나면 공포에 싸인 내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자신을 숨기고 유령이 된 존재와의 긴 인연이 맨마지막 장의 헌사로 다가 오는 동안 죽음과 살인과 배신과 슬픔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사랑의 결실과도.

누군가에게는 스릴러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판타지로 읽힐 소설 [바람의 그림자]는 저에게 또다른 세상을 향한 문을 제시합니다. 이제 저는 여러분을 ‘잊힌 책들의 묘지‘로 바람의 그림자를 따라 오시라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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