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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평점 :
히브리 문학의 아버지 아모스 오즈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명칭을 가진 장편소설 [유다]는 저에게 낯선 존재로 다가와 새로운 문을 열어준 작품입니다.
‘1959년 말에서 1960년 초 겨울에 있었던 이야기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스물다섯 살의 슈무엘 아쉬가 대학의 학업을 중단하고 예루살렘을 떠날 준비를 하는데 그 이유가 사랑에 실패 했고, 연구에 진척도 없었고, 부친이 사업에 실패한 이후로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어 일자리를 찾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소심하고 감정적인 사회주의자이고 천식환자이며 쉽게 달아올랐다가 빠르게 실망하곤 했습니다. 석사 학위 논문을 쓰다 포기하고 숙식을 제공한다는 구인 광고에 문제의 집으로 향하고 사십대 여성 아탈리야 아브라바넬과 장애를 가진 노인 게르숌 발드를 만나게 됩니다. 슈무엘이 해야하는 일들은 게르숌 발드의 정해진 일과를 돕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입니다. 신비에 쌓인 아탈리야는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의 딸이었으며 그는 예루살렘의 왕족으로 이스라엘 건설을 반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슈무엘 아쉬의 사랑의 실패의 당사자 야르데나는 이미 결혼하였으나 슈무엘은 문득문득 자신의 삶이 예전과 같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합니다. 그러면서도 아탈리아의 제비꽃 향기에 스며들 듯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을 땐 이미 쉽게 달아오르는 소심한 성격이 발휘 되고 있었습니다. 게르숌 발드의 외동아들 미카와 결혼한 아탈리아와 게르숌 발드, 그리고 슈무엘이 같은 공간에 머물며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게 만든 배신자 가룟 유다와 아랍인들과의 평화적인 공존을 주장하다가 배반자의 누명을 쓴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의 이야기가 서로 시간을 건너 뛰어 연결 된 하나의 사건처럼 다가 옵니다.
슈무엘의 소심한 성격은 모든 대화에서 드러납니다. 간단한 질문에도 언제나 서로 상반된 대답을 하며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모습이 정말 답답했습니다.
˝네.˝
그리고 잠시 후에 고쳐 말했다.
˝아니요.˝
(p.98)
하지만 슈무엘은 유다의 배신을 의심하며, 예수의 제자 중 유일하게 예수의 죽음에 스스로 목숨을 버린 제자라는 사실에 근거해 예수가 메시아 될 수 있도록 조력했을 뿐 배신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는 동안엔 사회주의 투쟁 혁명가의 면모를 물씬 풍깁니다. 이는 저자인 아모스 오즈의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으로 그 역시 유대인의 이스라엘과 아랍인들의 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 협력하며 사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유대인들과 아랍인들간의 전쟁과 테러에 대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정도로만 알 뿐 그들의 역사를 자세하게 생각해 볼 이유가 없었습니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천지창조나 마지막 만찬, 피에타 등의 미술 작품의 의미를 자세히 알기 위해 왜 그런 구도와 인물들의 배치가 이뤄졌는지 설명을 들을 때 이외에 필요하다고 느낀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책 [유다]를 통해 극명하게 대립 되는 발드와 슈무엘의 논쟁과 토론이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던 저울을 바로 보게 만들었습니다. 전쟁의 참혹함을 다시 한번 상기 시키는 미카의 죽음의 진실을 통해 아탈리아의 급진적인 사상도 이해는 되면서도 공존을 위한 노력이 이중스파이로 여겨져 양쪽 모두에게 버려진 사실만은 참 아이러니 하게 느껴집니다.
작품 전반에 걸쳐 상세한 묘사와 역사를 기반으로 한 이념적 토론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텅 빈 거리에서 슈마엘이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에 잠긴 마지막 장면이 오래 기억 될 것 같습니다. 좀더 관련 된 책이나 아모스 오즈의 작품들을 읽어 본 후 다시 [유다]를 읽어보면 또 어떤 진실을 발견할지 기대가 됩니다. 새로운 문을 통해 전혀 모르던 세계에 빠져든 것만 같습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고 작성한 개인적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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