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할머니에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할머니'를 주제로한 6명의 작가들의 작품집 입니다.그 첫번째 이야기는 윤성희 작가님의 '어제 꾼 꿈' 입니다. 제사 전날밤이면 늘 꿈에 나타나는 남편이 이제 제사상을 차리지 않겠다고 선언한 이후 첫 제삿날 전일엔 신기하게도 꿈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돈 문제로 관계가 멀어진 아들과 딸, 처제의 꿈에 나타나 먼과거를 보여주며 외롭지만 당당한척을 하는 남겨진 부인의 곁에 누구라도 다시 다가가 주길 바랍니다.제 기억속의 할머니 모습을 가장 많이 닮아 있는 주인공이라 마음에 그리움이 차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두번째 이야기는 백수린 작가님의 '흑설탕 캔디' 입니다. 화자는 손녀딸인 '나'이고, 남동생의 뜬금없는 이야기와 할머니의 유품들을 꺼내어 읽게 된 일기 속에서 있는 줄도 몰랐던 할머니의 로맨스를 알게 됩니다. 교통사고로 엄마 잃은 둘째 아들네 손주들을 키워주기 위해 함께 살게 된 가족은 프랑스 까지 함께 가야 했고 그곳에서 아는 이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답답함을 견디던 중에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린 인연이었습니다. 젊은 이들의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닐지라도 조금씩 익숙해져가고 엉뚱한 모습에 웃을 수 있는 관계로 나아갈 때 쯤 다시 이별하게 된 할머니 박난실과 프랑스 할아버지 장 폴 브뤼니에의 잔잔한 황혼 로맨스(?)가 멋스럽습니다.세번째 이야기는 강화길 작가님의 '선베드' 입니다. 행복요양원에 있는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진서와 우연히 친하게 되어 자신보다 더 친손녀 같은 명주의 이야기 입니다. 알츠하이머인 할머니의 기억에서 자신들은 지워졌지만 진서는 할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참...직설적인 진서의 말투에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무던한 명주의 모습이 아련합니다. 본인도 유방암으로 수술을 받고 또 재발한 상황에서 혈연관계도 아닌 누군가의 할머니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네번째 이야기는 손보미 작가님의 '위대한 유산' 입니다. 부유한 삶을 살았으나 남편도 아들도 일찍 떠나보내고 남겨진 손녀딸을 키웠던 할머니의 남겨진 커다란 집과 할머니를 옆에서 도와주고 챙겨주던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면서 잊혀졌던, 아니 잊고 살았던 어린날의 진실들을 깨달아갑니다. 불길 속에 타들어가는 그 집에 남겨진건 누군가의 부러움과 기억의 잔재였을 것입니다.다섯번째 이야기는 최은미 작가님의 '11월행' 입니다.나(은형)과 엄마 규옥, 그리고 딸 하은은 11월 9일에 예산에 있는 절로 템플스테이를 갑니다. 삼대가 함께 간 여행은 마지막이 되었지만 두고두고 11월이면 예산여행은 회자 됩니다. 절 앞에서 사진을 찍어 주시던 스님이 '엄마 둘에 딸 둘 이네' 라는 말에 울컥했습니다. 오래전 돌아가신 엄마도 생각나고, 마지막으로 갔던 절에서의 모습도 기억나 마음이 아려옵니다.마지막 이야기는 손원평 작가님의 '아리아드네 정원' 입니다. 유닛 D에서 살고 있는 '민아'가 주인공입니다. 아리아드네의 정원으로 불리는 유닛 D는 노인 요양시설의 네번째 단계 시설입니다. 가장 보편적인 죽음이 안락사인 이 도시에서 늙은 여자, 가족이 없고 경제적 여력도 낮아진 노인들은 점점 아래로 아래로 떨어지며 죽음을 기다려만 합니다. 결혼을 안하고 직장생활만 하다보니 어느새 나이든 민아와는 달리 잘나가는 자식들과 재산이 있음에도 결국 유닛 D에서 사는'지윤'의 모습에 허탈해지기도 합니다. 미래사회에서 진짜 일어날 수 있을까 생각하는 도중에 일본의 젊은이들이 SNS에 올린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자 젊은 층에서 노인들을 부양하는데 부담을 느낀 나머지 이번 코로나19로 노인들이 사라지면 행복해질 것이라는 그림 속 이미지가 떠올라 한숨이 나왔습니다.6개의 이야기 속에 할머니들은 각자 다른 이야기, 시대에 살고 있었지만 과거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미래의 내가 될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였습니다. 이 시간 동안의 추억여행이 오래 기억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