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입자들
정혁용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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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세계문학상 최종심 후보작'이라는 문구 때문이었습니다. 어중간한 경계에 있는 사람에게 선 위의 책들도 자신과 비슷하게 느껴져 동병상련처럼 손 안에 움켜잡고 싶어지기 때문입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주인공의 이름이 'K' 였었나 싶어 다시 맨 첫장으로 넘어가 몇장을 읽었지만 이름은 딱히 안보여 포기 했습니다.

선전 문구처럼 "택배가 도착하는 순간,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했다!"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스터리한, 숨 막히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다렸으나 딱히 없었습니다. 그래서 잠시 덮고 뒷표지를 보는 순간 '한국형 하드보일드 소설'이라는 글에 웃었습니다. 어떻게 '하드보일드'를 '하드코어'라고 마음대로 읽었나 싶어집니다. 스릴은 없는게 정상인 소설을 읽으며 하드코어적 강타!를 찾았으니 허탈해서 끝까지 읽었습니다.

그런데 반전은 늘 있습니다. 모든 것에 무심한 행운동 담당자 '행운'은 자기만의 유머감각을 늘 실천합니다. 가끔은 아재개그 같을 때도 있지만 어려운 말로 경계선을 치는 듯 할 때도 있지만 진심은 늘 있습니다.

p.120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리고 그 말을 인용하면 자신이 근사해 보이나요?"
"설마요. 그 사람이 그 말을 했을 때 음, 이런 심정이었겠군, 하고 유추하면서 즐거워하는 정도죠...."

정해진 시간에 택배를 시작하고 맡은 구역을 마무리하고 상경해서 집이 없어 택배일을 하는 곳에 컨테이너에서 지내며, 가끔은 우울증 환자의 이야기 벗이 되어주고 어려운 동료들의 수다에 시간을 내 주는데 말은 저렇게 한다면...정말 특이한 유형의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를 찾게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참 읽을 수록 주인공의 모습에 담겨진 자신을 발견합니다.

관계에 관한 부분을 읽으며 가족에게도 관계만 사라지면 정말 타인인건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심지에 부모와 자식 관계 역시 말입니다.

토요일 저녁 8시에 택배를 늘 부탁하는 주점 '코카인'이 게이바 일 때도 설정이 참 다양하다고 느꼈습니다. 그 주점의 주인 '제니' 때문에 망치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표현은 절정이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겨야 속속들이 숨겨진 단서들의 의미를 이해하게 됩니다. 읽을 땐 그냥 그렇구나 하는데 나중에서야 그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었구나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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