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달처 지음, 고유경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처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실감하는 시간이 전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3월 초가 되면 아이들은 진급은 하거나 새로운 상급학교에 다닙니다. 새로운 반을 배정 받고 또 1년을 함께 할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을 만납니다. 학부모들은 그런 아이들이 잘 적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설명을 듣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을 독려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모두 변형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속의 세상 만큼은 아니어도 결코 겪어보지 못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멋진 신세계], [1984], [시녀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작가의 미래세계에 대한 먼 훗날의 상상력이 글감이었다면 이 책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의 시간은 현실을 비튼 듯 하여 더 혼란스럽고 두려움을 느끼게 합니다.

주인공 진 맥클렌런은 결혼 17년차 주부이며, 아들 셋, 딸 하나를 키우는 부모이며, 인지언어학 박사로 사회적인 성취도 이룬 여성입니다. 대학 시절 인권 운동을 하던 재키 후아레스나 천재적 재능을 지닌 린 콴 박사 등이 변해가는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행동을 해야 한다고 할 때까지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제 5살에서 6살로 넘어가는 막내 딸의 손목에 채워진 카운터기와 그런 딸이 학교에서 하루 종일 3개의 단어 만 사용한 것에 칭찬을 받는 상황을 기뻐하는 모습에 지나가는 바람이 아닌 시간을 50년전으로 되돌리려는 음모를 알아채기 전이었다면 말입니다.

진에게 기회가 옵니다.

모든 여성이 하루에 100개의 단어만 말 하도록 되어 있는 카운터기를 벗어날 기회가.

이 모든 '순수운동'의 시작인 대통령의 형이 사고로 뇌를 다쳤고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뇌의 베르니케 영역에 대한 권위자인 진 맥클렐런 박사가 필요하다며 조건을 제시합니다.

단어 수 카운터기를 제거 해 주고, 연구를 위한 책이나 자료들을 볼 수 있고, 노트북 사용도 가능하며, 출입을 위한 카드도 발급이 되고, 운전도 허락이 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물쇠가 채워져 있다가 필요에 의해 사용허락이 떨어진 것입니다.

대통령의 고문관이기도 한 남편 패트릭은 진에게 기회라며 연구에 참여하도록 조언을 합니다.

첫째 아들 스티븐은 정부가 내세운 '순수운동'을 맹신하며 여성들의 침묵이 왜 필요한가를 설파합니다.

여성의 노동력이 완전히 사회생활에서 배제 되고 외부활동도 불가능하며, 말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읽고 쓰는 것도 금지 된 세상에 구속 되어 있다면...나 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인 자식들(딸들)에게까지 되물림 된다면 이를 받아들일 사람이 존재할 것인가 궁금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며 감춰졌던 엄청난 비밀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이런 사회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음을 알게 되고, 남편 패트릭의 진심과 연인 로렌조의 협조...그리고 바로 이웃인 줄리아에게 생긴 비극적인 일들을 통해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성소수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남성과 여성이 각자 위치에서 사회를 구성하는 삶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필요한지 알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무지와 무관심이 불러오는 대참사를 예견한 책 같아서 충격을 주었으며 통제 된 여성의 삶을 편하게 사는 삶이라고 하는 사고관이 실제로 현실에도 존재하는 걸 알기에 참담했습니다.

여성의 목소리, 소수자의 목소리, 외면당하는 부조리 한 세상에 대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라는 경고장 같은 이 책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꼭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