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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세움북스 신춘문예 작품집 - 단편소설, 수필 ㅣ 세움 문학 3
권영진 외 지음 / 세움북스 / 2021년 7월
평점 :

오래전부터 주요 일간지의 신춘문예는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었다. 신예 작가들이 문단에 등단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할 필수 코스였기에 명성이 예전만치 못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문사의 신춘문예는 등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지난봄 일반 출판사들도 힘들어하고 있는 출판업계의 불황 속에서 '세움북스'라는 기독교 출판사가 기독교 문학 활성화를 위해 신춘문예를 열었다. 기독교 단편 소설 부문과 수필 부문으로 나누어져서 진행된 대회를 통해 대상을 제외한 우수상과 가작 7명이 입상했다. 그리고 미수상작 여섯 편과 함께 총 열세 편의 소설과 수필이 작품집 형식으로 제작되어 서점에 정식 출간되었다.
기독교 출판사에서 진행된 대회여서 그런지 수상자들 대부분이 전, 현직 목회자들이 다수를 차지했다. 단편 소설 우수작으로 뽑힌 <광야의 사람들>은 복음서에 등장하는 세례 요한이 본격적으로 사역에 임하기 전 경험한 쿰란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탁월한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에 흥미를 더했다. 또 한편의 소설 우수작 <목사 ver. 2.0>은 AI 목사가 인간 목사를 대신해서 목회 사역을 감당한다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소재로서 눈길을 끄는 작품이다. IT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의 급속한 개발과 보급이 진짜 로봇 목사의 출현을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하게 만든 참신한 작품이다.
가작 입상작인 <인간, 영적인 존재>는 인류의 기원과 생명의 창조에 대한 비밀을 밝히기 위해 미지의 족속을 찾아 떠나는 주인공의 모험을 다룬다. 저자는 인간의 이기심과 비뚤어진 욕망을 인간이 영적인 존재라는 사실에 대한 변명할 수 없는 증거로 제시한다. 인간 내면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또 다른 가작 입상작 <이야기 요나>는 구약 요나서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기독 소설이다. 4장으로 된 짧은 요나서에 나오지 않는 숨겨진 이야기들을 저자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흥미롭게 재구성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아! 어쩌면 진짜 저런 이야기들이 벌어졌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역사적 개연성을 넌지시 던진다.
수필 부문은 우수작 한 편과 가작 두 편이 수상했다. 우수작 <서시>는 제목에서 윤동주 시인을 연상케 한다. '신정론'이라는 신학적 이슈를 중심으로 인간 존재와 신앙에 대한 깊은 개인적 성찰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가작 입상작 <곁 사람>은 자비량 목회를 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경험한 한편의 예화를 통해 겸손과 겸양의 신앙적 미덕을 잔잔한 필치로 그려낸 마음이 따뜻해지는 작품이다.
또 다른 가작 입상작 <뭔지, 먼지>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아렸던 작품이다. 어렵사리 개척한 교회가 이제 조금 자립을 하나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급기야는 교회문을 닫게 된다. 담임 목사였던 저자는 이제 당장 생계를 위해서 막노동을 한다. 저자는 하나님이 창조한 먼지와 같은 인간이 공사장의 흙먼지를 마시며 낯선 존재의 정체성을 체험하고 있음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낸다. 마음이 많이 아팠다. 이와 같은 목회자들과 교회들이 얼마나 많을까! 저자를 위해서 짧게나마 기도한다. 언젠가 먼지 속에서 다시금 빛을 볼 때가 오도록...
이 외에도 입상에 버금가는 훌륭한 미수상작 여섯 편이 함께 수록되었다. 기독교 문학 활성화를 위한 세움북스의 첫걸음이 매우 귀하다. 더불어 재능있는 글쟁이들이 갯벌 속 진주와 같이 너무나 많이 묻혀있음을 알았다. 일간지의 신춘문예는 많은 상금, 정식 문인으로서 신인 작가 등단과 개인 도서 출간, 따라오는 명예 등 메리트가 크다. 반면 기독교 출판사에서 이루어진 신춘문예는 규모와 기획력에 있어서는 비교할 수없이 조촐하다. 그러나 기독교 문학 활성화라는 첫 도전치고는 여느 주요 신춘문예와 비교할 때 결코 작은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더 깊은 경건 문학들이 쏟아져 나오면 좋겠다. <천로역정>과 같은 작품들이 세움북스 신춘문예를 통해 소개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나님과 인간, 세상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인간의 바른길과 하나님을 향한 신적 갈망과 애정이 문학의 옷을 입고 표현되면 좋겠다. 나는 기대하고 기도한다. 제2의 '존 번연'들이 세움북스 신춘문예를 통해 정식으로 등단하는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