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 매일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공부하는 소교리문답
스타 미드 지음, 김혜경 옮김 / 부흥과개혁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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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혼 가전이었던 TV를 버렸습니다. 오래 사용한 연유로 기능상의 문제가 발생한 이유가 컸지만 삶에서 TV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싶었던 내면의 갈망도 있었죠. 연일 웃고 떠들어대는 TV가 사라진 공간과 시간이 주는 그 적막함과 약간의 공허함(?)이 느껴졌지만 역시 인간은 환경에 무섭게 적응하는 동물인가 봅니다.

 

몇 달 전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가 출석했던 교회의 주일학교에서 부모님과 아이들이 함께 성경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제본 노트 한 권을 주었습니다. 매일 부모님과 아이가 번갈아가면서 성경적인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책이었는데 펼쳐들고서는 깜짝 놀랐죠. 책은 다름 아닌 성경의 핵심 교리를 정리해 놓은 일종의 교리문답집이었습니다. 교리가 사라진 대다수 현대 교회, 그것도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교회가 있다니 실로 신선한 충격이었죠. TV가 없어진 이 호기를 그냥 놓칠 수 없기에 매일 밤 잠자기 전 아이와 함께 교회에서 나눠준 교리문답집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아이에게 좀 더 체계적으로 교리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으로 만나게 된 책이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1643년부터 47년까지 영국 웨스트민스터 총회에서 작성되고 승인된 장로교회의 표준 문답서입니다. 이 안에는 성경에서 길어올린 그야말로 진리의 정수가 담겨있죠. 개혁주의 교리와 십계명, 주기도문이 주요 내용으로 소교리문답은 아이들과 초심자들을 위한 교리문답집이며 대교리문답은 성인들과 목회자들을 대상으로 쓰였습니다.

 

이 책 <365일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은 학교 교사이자 주부이며 세 아이의 엄마인 미국의 '스타 미드'라는 평범한 여성에 의해서 쓰인 책입니다. 교회에서 교리를 말할 때 대부분의 반응은 신학적 파벌을 나누는 다툼의 원인으로 생각해서 터부시하거나 아니면 오랜 유물과 같이 먼지가 풀풀 날리는 따분한 그 무엇으로 생각하죠. 이는 현대 복음주의 교회 내에 뿌리 깊이 박혀있는 교리에 대한 큰 오해입니다. 교리는 성경에서 추출한 진리의 핵심입니다. 즉, 성경 말씀 그 자체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없죠. 그렇기에 바른 신자라면 자신이 믿는 신앙의 대상과 관련해서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일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은 위의 이야기한 교리를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으로 인해 대다수 복음주의 교회에서는 교리를 설교하거나 가르치지 않습니다.

 

본서는 아직 아이들의 세계관과 자아가 온전히 정립되기 전 아이들에게 바른 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 무엇보다도 바른 신앙 위에 굳건히 설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목적의 책입니다. 총 107문항으로 구성되어 한 문항을 가지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공부합니다. 매일 해당 문항에 관련한 짤막한 주제 묵상을 읽고 아이와 함께 생각하며 토론해보는 시간을 갖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아이들을 위한 교리문답 책답게 가능한 가장 쉬운 말로 설명하고 있으며 묵상 중에는 해당 교리와 관련된 중요 성경 구절 한두 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서 직접 찾아보고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짧은 집중 시간을 고려하여 5분을 넘기지 않는 간략한 내용으로 핵심을 압축함으로써 운영의 묘미를 발휘한 책이기도 하죠.

 

 

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제 2문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기 위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법칙은 무엇입니까?

--->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즐거워하는 것을 가르쳐 주는 유일한 법칙은 신,구약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p24

 

그런데 가장 중요한 학습의 key는 뭐니 뭐니해도 해당 교리를 암송하는 것입니다. 교리 문답서의 목적이 바로 학습자가 성경의 핵심을 암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거든요. 스마트폰만 켜면 각종 검색 사이트에서 세상의 모든 지식이 제공되는 첨단의 시대 속에서 암기와 암송은 참 미개한 방법과 같이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상을 적지 않게 살아오면서 느꼈던 점은 이 암기와 암송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여러 번 체험했다는 것이죠. 아이에게 매일 문답을 시작하기 전 그날의 문답과 전 주간에 배웠던 문답을 복습 차원에서 한 번씩 물어보고 시작합니다. 학습을 마쳤을 때 이 절차를 한 번 더 반복해 주죠. 이렇게 해도 총 시간은 5분을 넘지 않습니다. 이 바쁘고 고단한 세상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이렇게 키울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반신반의했던 아이가 문답을 정확히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을 바라볼 때의 기쁨은 우리가 피곤한 몸을 침대에 던짐으로써 갖게 되는 휴식이 주는 즐거움과는 비교할 수 없는 희열로서 다가옵니다.

 

공교육의 현장이 무너졌다고 다들 아우성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다양한 기계 문명 속 우리 아이들의 정체성과 세계관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신자는 언약 자손으로서의 자녀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교회에만 자녀의 신앙 교육을 맡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죠. 자녀의 신앙 교육은 가정에서부터 부모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맞다고 여겨집니다. 경건한 믿음의 선조들인 청교도들 또한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철저하게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의 자아가 정립되기 전 세상의 사조가 아이들의 가치관을 잠식하기 전 그들이 하나님과 세상을 바라보는 성경적인 틀을 만들어주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이죠. 그리고 교리문답은 이러한 일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됩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유아인 둘째 아이는 차치하고, 초등학생인 첫째 아이는 매우 활달한 성향이라서 그런지 집중하는 것이 여간 쉽지 않습니다. 문답 시간에 여전히 떠들고 다른 책을 가져와서 읽으려고 하는 등 참 말을 듣지 않네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몇 번씩 샘솟지만 아이이기에 그럴 수 있음으로 여기고 기도하며 인내를 갖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리를 붙잡지 않으면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부모로서 절박한 마음이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나에게 가장 자신 없는 일이 바로 자녀 양육이랍니다. 그러나 나의 아이들이 언약 자손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른 신앙 안에서 발견하여 하나님과 이웃을 섬기고 사랑하는 자들로서 살아가도록 하나님께서 부모인 우리에게 자녀 양육의 사명을 맡기셨음을 알기에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죠! 기도로서 눈물과 땀의 씨앗을 뿌릴 때 언젠가 기쁨으로 단을 거둘 때가 올 것을 믿으며 오늘도 우리 가정의 교리문답은 계속됩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이라는 탁월한 자녀 양육서를 쓴 저자 '조엘 비키' 목사님의 기도문 한 구절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오, 하나님! 제 혈육이 멸망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저와 사랑으로 맺어진 이들이 주님의 눈에 보배로운 사람이 되어 주님의 영광을 위해 헌신하게 하옵소서..."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 양육 / 조엘 비키 / 지평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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