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해설 세계기독교고전 38
토머스 왓슨 지음, 이훈영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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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생애 첫 나의 자동차, 물론 중고차였지만 뚜벅이로 지내던 내게 나의 이름으로 등록된 자동차가 생겼을 때의 그 감흥은 결코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차가 생기고 열심히 타고 다니던 무렵 한가지 고민이 생겼다. 자주 다니던 장소나 거주지 근방의 목적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갈 수 있었으나 문제는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나 장거리 행선지를 가야할 때 불거지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기에 매번 길을 잘못들어서 왔던길로 돌아가야 했고, U턴과 P턴을 밥먹듯이 해야하며 심지어는 막다른 골목에 갇혀본 적도 있다면 믿을 수 있겠는가? 초보 운전자에게 이런 답답하고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던 어느 날 나는 드디어 큰 마음을 먹고 거금을 들여 네비게이션을 장만하기에 이른다. 이후 모두가 예상하듯이 자동차에 날개를 단 것 마냥 네비게이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전국 어디든 초행길도 두렵지 않은 베스트 드라이버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가 한번도 가본적이 없는 초행길로서의 행선지를 찾아갈 때 운전자에게 없어서는 안될 가장 필요한 도구가 바로 네비게이션이듯이 하나님을 믿는 신자들에게 있어서 인생에 가장 필요한 네비게이션은 바로 하나님 그분의 말씀인 성경이다. 그리고 나는 오늘 그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교리화시킴으로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있어서 우리가 바로 믿고 따라가야 할 진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주는 여러 위대한 저작들 가운데 한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개혁주의에서 이야기하는 중요한 신앙고백과 신경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문트 신경,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대요리문답 등이 있다. 이중에서 1643~49년까지 열린 웨스트민스터 총회를 통해 요리문답 작성에 참여했던 청교도 목회자 '토머스 왓슨'이 해설한 본서를 만난다. 소요리문답은 보통 주일학교의 어린 학생들에게 가르쳐지고, 대요리문답은 성인 성도들, 목회자 후보생들을 대상으로 성경에서 말하는 삶의 실천원리들에 대한 적용이라고 여겨지지만 나는 사실 소요리문답을 읽으면서 반드시 그렇게 기계적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의문을 품는다. 그만큼 소요리문답 또한 모든 신자들이 반드시 한번 쯤은 읽고 섭렵함으로서 본인이 믿는 신앙의 내용에 대한 깊은 이해함을 갖는일에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본서는 총 6개의 chapter로 나뉘어져는데 문답이라는 책의 제목과 같이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성경의 진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도모하는 교리서이다. 본서를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신자라도 "인간의 제일가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라는 제 1 질문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이렇듯 본서는 성경에 대한 명제를 질문하고 그것을 답변하는 식으로 하나님과 창조, 타락, 언약과 그리스도, 구속, 죽음과 종말에 대한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진리의 체계를 집대성한 위대한 저작임을 부인할 수 없다. 즉 신론과 기독론, 인간론과 구원론, 교회론과 종말론까지 신자들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들에 대한 진리를 질문하고 답변하는 식으로 해설해주기에 독자는 어렵지 않게 기독교의 진리와 사상을 접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기회가 되리라 여겨진다.

개인적으로 하나님의 속성을 설명하는 2장을 통해 귀한 가르침들을 얻는다. 결코 다른 어떠한 피조물들과도 공유할 수 없는 하나님 그분만이 가지시는 비공유적 속성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하신 분이시고, 우리 인간은 그분 앞에 한낱 벌레와 같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가에 대한 깨달음은 다시 한 번 그분 앞에서 나의 신앙과 마음의 옷깃을 여밀며 겸손히 엎드리게 만드는 소중한 기회였다. 무한하시고, 영원불변하시며 무궁한 지혜와 능력, 조금의 죄악도 용납하실 수 없는 그분의 거룩함과 공의, 선과 진리에 관해 들을 때 독자의 반응은 그분이 우리의 창조주가 되신다는 사실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감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정상이리라.

또한 질문을 던지고 성경적인 답변으로 정답을 이야기하며 그 후 신자의 삶 속에 던져진 질문과 답변되어진 정답을 어떠한 방법으로 적용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실제적인 과정들이 한권에 빽빽하게 수록되어 있기에 본서는 한번 읽고 모셔두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저작의 무게감과 가치는 너무나 진중하고 귀하다.

무엇보다도 본서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교리는 어렵고 딱딱하며 목회자들이나 읽고 공부하는 목회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잘못된 선입견에 대한 파괴이다. 결코 어렵지 않고 딱딱하지 않다. 또한 차갑지도 않고 오히려 청교도 목회자의 목양에 대한 따뜻한 심성이 그대로 녹아져 있기에 정확하면서도 동시에 지극히 부드럽다. 또한 진리를 왜곡하는 이단들의 비뚫어진 가르침과 자의적인 성경해석에 기인한 곡해된 견해들로부터 성경의 바른 가르침을 기반으로 신자들의 건강한 신앙생활과 바른 믿음을 통한 참된 구원에 이르도록 이끄는 본서의 역할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아울러 사역자들조차도 방향을 잃고 무엇이 진리이고 비진리인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이 포스트모더니즘의 혼탁한 세대 속에서 본서는 내가 서평의 서론에서 이야기한 정확한 방향과 행선지로 이끄는 네비게이션의 역할 그 자체이다. 예수 믿으면 복받고 성공한다는 식의 어느새 진리로 둔갑한 달콤하고 편안한 기복 일색의 이야기들이 성경 말씀의 전부인 것 마냥 듣고 살아가는 많은 신자들의 삶이 마치 운전대를 처음 잡고 네비게이션 없이 장거리 초행길을 운전하며 찾아갔던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확한 네비게이션이 운전자를 바른 목적지로 안내하듯이 성경에 기반한 본서를 통해 신자된 독자들은 자신들의 삶의 방향추를 올곧게 정렬할 수 있다.

요즘 주일 오후 예배 시간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나 소요리, 대요리 문답 또는 위에 열거했던 바르고 건강한 고백서, 신조들을 가지고 교리를 공부하는 교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 바른 말씀과 그 말씀을 조직화하고 체계화시킨 위대한 저작들을 공부할 때 신자들의 영적이고 지성적인 근력들이 강화되어질 것이다. 더불어 본서를 통해 내가 믿는 진리가 무엇이고 그 진리는 나의 삶에 있어서 어떠한 연관성을 갖고 다가오는지에 관한 신앙의 현장성과 실제성의 실현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 헤매이는 신자들의 영혼에 성능 좋은 네비게이션 한대를 달아주는 것과 같은 효율적인 모습으로 표현되어질 것이다. 고전으로서의 고전다운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결코 그 빛이 퇴색되어지지 않는다. 본서 또한 왜 고전이 고전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탁월한 저작으로서 많은 신자된 독자들의 서재와 서가에 본서가 손떼 가득 묻은 채 꽂여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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