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일 전 오늘 엄마가 되었다. 고통의 후유증에 정신없는 가슴 위로 아기가 올려졌을 때 나는 한기에 덜덜 떨며 `안녕 열무야, 고생많았지? 엄마야..` 를 말하고 또 말했다. 아기는 참 작았고, 겨우 뜬 작은 눈 속에는 별이 흩날리듯 박혀 있었다.
백일동안 아기는 많이 울고 많이 웃으며 태어난 무게의 두 배가 넘게 자랐다. 나는 잠과 밥과 여유로운 독서시간을 잃었고, 내 몸에 관절이 이렇게 많았었나 싶은 관절통을 얻었다. 아기로 인해 내 존재는 놀라울만큼 옅어졌지만 신기하게도 내가 아기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 아이가 먹고 자고 울고 웃는 시간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하고 있구나, 좋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동동 떠다닌다.
결혼 8년만에 아빠라는 이름을 얻은 남편은, 아기가 웃을 때 눈이 반달 모양이 된다고 울컥, 울 때 입이 세모 모양이 된다고 울컥한다.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아이가 자신의 우주를 행복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도록 조용히 도와줄 수 있을까. 잠든 아기를 가만히 들여다보며 우리는 가끔 말을 잃는다.
`이 책은 네가 태어난 날 출간된 책이란다` 아이가 크면 보여주고 싶어, 아기가 집에 온 첫 날 한 권 골라 주문했다.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이 쉽지 않다 느껴질 때 맨 뒷장에 꼼꼼히 적혀있는 아이의 생일을 들여다본다. 그래, 그렇게 태어나주었지.
아이가 하루하루 크는 것을 보면서 나의 나이듦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초등학생이 될 때, 대학에 갈 때, 결혼할 때를 그려보면서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은 나의 먼 나이를 마주본다.
아가야 열심히 자라렴, 엄마도 곁에서 열심히 어른이 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