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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백록



'나남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310~311권. 서양문학사의 고전으로 꼽히는 장 자크 루소의 자서전. <고백록>에는 어두운 무의식의 심연에서부터 신성에까지 고양된 한 현대적 영혼의 솔직하고 생생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얼핏 보면 사소한 사건들이 한 인간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주름을 새겨 넣으며 어떻게 한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교육학을 공부할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람이 루소였다. '현대적 영혼'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철학자이자 교육가이자 인간. 

나남에서 이번에 고백록을 새로 번역해서 냈네.. 두께와 깊이가 부담이 되긴 하지만, 주말 한 주를 빼내어서라도 읽고 싶은 책이다. 






2. 말들의 풍경

2007년 출간 이후 쇄를 거듭하며 독자들에게 사랑받아온 『말들의 풍경-고종석의 한국어 산책』이 새롭게 단장돼 나왔다. 이번 개정판에는 여덟 편의 언어학 에세이가 새롭게 더해지고, 성기게 묶어 있던 글의 구성도 바꼈다. 언어 현상을 다룬 글을 추려 제1부 ‘말들의 풍경’으로 묶고, 텍스트나 저자에 대한 비평을 제2부 ‘말들의 산책’에 모았다. 제3부 ‘말들의 모험’은 저자가 2009년『한국일보』에 연재했던 <고종석의 언어학 카페-말들의 모험>에서 가져온 글들로 언어학을 다루고 있다. 고종석 특유의 정갈하고 생생한 문체로 그려진 이 ‘말들의 풍경’은 독자들에게 한국어의 다채로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언어의 깊고 미묘한 세계를 보여준다.


원래 ‘말들의 풍경’은 문학비평가 김현의 유고평론집 표제였다. 저자가 "내 어쭙잖은 글쓰기의 8할 이상은 김현의 그늘 아래 이뤄져 왔"다고 고백할 때, 이 책의 표제『말들의 풍경』은 김현에 대한 오마주로 읽힌다. 그러나 김현의 유고평론집이 문학언어만을 겨냥한 데 비해 고종석의 『말들의 풍경』은 문학을 포함한 한국어 일반의 전경(前景)과 이를 둘러싼 말들의 다채로운 배경(背景)까지도 함께 아우른다. 독자들은 여기 모인 59편의 글들이 만들어낸 각기 다른 풍경들의 겹침과 포개짐을 통해 한국어라는 하나의 커다란 풍경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머리가 크고 난 후, 한글에 대한 자부심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준 사람을 꼽으라면 바로 고종석씨..

2007년판 말들의 풍경은 정말 닳도록 읽었다. 개정판이 나왔다니 안 읽어볼 수가 있겠나!   



3. 세계 도서관 기행

2010년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받아온 <세계 도서관 기행>의 개정증보판으로, 세계 최초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서 세계 최대의 미국 의회도서관까지, 전 세계 13개국을 넘나들며 지성의 성지인 도서관을 순례했다. 볼테르와 오바마, <42행 성서>와 <해리포터>가 마주 앉은 오래된 서가를 거닐며 역사와 철학, 문학과 예술을 사랑한 이들을 만난다. 국회도서관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서울의 한 자치단체장의 자리에서 도서관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저자 유종필의 도서관 오디세이가 펼쳐진다. 


도서관은 학문과 지혜의 수도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운명이다. 이 책은 세계 최초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에서 세계 최대의 미국 의회도서관까지, 전 세계를 넘나들며 지성의 성지를 누빈 어느 탐독가의 순례기다. 아프리카대륙의 최북단 이집트에서 시작된 도서관 기행은 유럽과 미국을 거쳐 한반도로 향한다. 사라진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은 어떻게 다시 탄생했는지, ‘볼테르의 방’은 왜 러시아 도서관에 있는지, 레닌과 마오쩌둥이 단골로 드나들던 도서관은 어디였는지, 뉴욕 시민들은 왜 그토록 공공도서관을 사랑하는지 역사와 철학, 사람과 책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도서관을 여행했다.



이번 달엔 매력적인 개정판들이 많이 나왔네. 

요즘 출퇴근길에 조경란의 '백화점'을 다시 읽고 있는데, 앞부분에 이런 부분이 있다. 

"오후를 이런 식으로 보내는 것, 정기간행물실에서 건축이나 미술, 미용, 산악, 낚시, 가구에 관한 책을 읽거나 과월호 계간지를 보는 것. 그리고 책을 읽고 책을 찾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 이런 오후라면 그 주에서 가장 평온한 오후가 된다는 걸 안다. 한 문장도 떠오른 게 없고 쓰지도 못했지만, 괜찮다. 조금 추웠는데 누군가 목에 톡톡한 목도리를 하나 둘러준 느낌이랄까. 해가 기울어가는 도서관을 나올 때는 그런 느낌이다."  13p


쌀쌀한 꽃샘추위에 톡톡한 목도리를 두르는 느낌으로 세계 도서관을 둘러보고 싶구나..




4. 미셸 푸코

20세기 문제적 철학자 푸코에 대한 가장 내밀하고 충실한 평전. <그린비 인물 시리즈 he-story>의 첫 책으로 소개하는 이 책, <미셸 푸코>는 2011년 프랑스에서 개정증보판(초판은 1989년)으로 새롭게 출간된 <미셸 푸코>를 완역함으로써, 그동안 독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푸코의 지적 초상을 그 어떤 책보다 흥미롭고 다채롭게, 내밀하게 보여 준다.

저널리스트인 디디에 에리봉은 푸코의 철학뿐만 아니라, 그의 개인적 삶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푸코와 직접 교류하며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푸코의 가족에서부터, 친구나 동료들, 그의 지적 스승들뿐 아니라, 학계에서의 그의 적수라 불릴 만한 모든 인물을 인터뷰하고, 그가 썼던 모든 글들을 파헤침으로써 인간 ‘푸코’를 다양한 면모를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특히 당시 인정받지 못했던 동성애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푸코가 받았던 고통, 자살 충동으로 힘들어했던 고등사범학교 시절,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학계의 정적에게 복수하는 푸코의 모습, 교환교수 자격으로 잠시 미국에 건너갔을 때 그가 체험했던 동성애 문화에 대한 열광, 그리고 에이즈에 걸린 후 차분히 삶을 정리해 가는 푸코의 모습까지, 디디에 에리봉은 단순히 푸코의 일대기를 구성하려 한 것이 아니라, 하나이면서 여럿인, 그러면서도 인간으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았던 푸코의 초상화를 그리고자 했다


우선, 그린비에서 나올 인물시리즈가 꽤 기대가 된다는 말을 하고 싶고...

푸코는 내가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껴온 인물은 아니지만, 20세기 가장 핫한 사람에 대한 내밀하고 충실한 평전이라는 점에서 찬찬히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잔뜩 생긴다..



5. 카프카 평전

자유롭고 주체적이며 창조적인 작가로서 살아가려고 했던 프란츠 카프카의 처절한 문학적인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는 평전이다. 카프카의 자전적 작품인 일기와 편지, 완성된 작품과 미완성된 유고와 단편, 그리고 '노동자재해보험공사'의 공무 증명 기록 등 실제적인 그의 글들을 바탕으로 그의 진솔한 삶과 문학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관찰하고 조망한다. 

카프카의 삶의 체험과 문학적 창작 과정을 연대기적 순서로 탐색하면서 중간중간에 중요한 주제와 작품 해설을 가미시켜 서로 독립적이면서 상호보완적인 일종의 벌집 형태로 구성하였다. 더불어 지금까지의 카프카의 전기 서술에서 종종 논란이 되어온 여러 이슈(카프카의 종교관, 무정부주의와 사회주의 문제, 카프카의 자손 유무, 프라하의 소수문학에 대한 논의 등)를 자전적 증거와 논증을 통해 객관적으로 규명함으로써 독자들이 오도(吾道)하지 않도록 했다.



신혼여행 중에 카프카 생가/박물관에 들렀다. 프라하의 한 골목 모퉁이에 조용히 자리잡고 있었다. 빼꼼히 들여다보는데 왠지 마음이 짠했다. 보통의 역사와 마주하는 느낌과는 조금 다른 무엇이었다. 대학생 때 한학기 동안 카프카에 심취해있었던 적은 있었으나, 사실 나는 카프카를 잘 모른다. 그러나 늘 궁금하다 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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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한 주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쓰면 이번 주 남은 날들도 계속 우울할까봐 주저되긴 한다. 말이 삶을 지배한다고들 하지 않던가..) 아마 계절이 바뀌는 것을 마음이 먼저 느끼나보다. 봄은 나에게는 유난히 설레는 계절인지라, 그 봄을 맞이할 때는 이렇게 열병을 겪어온 것 같다. 열심히 감정을 긍정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삼월을 맞이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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