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외롭게 느껴지는 화요일이다. 

스누즈 네 번만에 겨우 몸을 일으켜, 굿모닝 대한민국을 칠 분간 보면서 시리얼을 씹어먹고, 옷을 대충 껴입고 아이라인을 그린 후 강아지 둘에게 인사하고 출근을 했다. 지옥철에 삼십분쯤 시달렸으나 불평하지 못하고 조용히 이촌역에 내려, 빌딩숲 사이를 길길이 날뛰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서 싸우며 아침 구시 사회인 모드를 시작했다.

 

싱거운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오늘 치 해외 동향 리서치를 했더니 오전 열 한 시. 김가네 돌솥비빔밥을 먹은 후 마케팅 업무지원을 했더니 오후 네 시. 나는 오늘 누구의 인생을 좀 더 행복하게 해주었나 생각해보니, 밀라노 교환학생을 간다는 인턴에게 거기 가면 멋진 연애를 하렴, 이탈리아어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단다 라고 말해준 게 전부.   

 

운좋게 칼퇴근을 해서 집에 가면 일곱시께. 혹 남편도 운좋게 칼퇴근을 해서 집에 온다면 하이킥을 보며 같이 저녁을 먹겠지. 뒷정리를 하고 내일 출근준비를 하고 나면 약골인 우리 둘은 금방 빨간 토끼눈이 되겠지. 게다가 난방비 절약모드라 썰렁한 우리집에서 유일하게 따뜻한 전기장판에 사람 둘 강아지 둘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보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차례차례 꿈나라로 가겠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대게 이렇다. 금요일밤이 되면 신이 나서 붕붕 춤을 추지만 빨간 토끼눈으로 무얼 하겠나 우리가.

 

똑같은 일상을 감사모드로 다시 쓰면, 나는 많은 것을 가진 앞 날 창창한 젊은이이겠으나, 오늘 날씨만큼 외로운 나는 사람이 그립다며 사치를 부려본다. 그래 이런 날도 있는 게지. 오늘은 퇴근길에 파리바게트에서 초코쿠키와 땅콩쿠키를 사가야지. 차 한 잔 우려서 남편과 노나(!)먹으며 우리의 꿈에게 안부를 물어야지. 그래도 둘이니깐 괜찮아. 잘 할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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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03-06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하루도 즐거이 잘 살아가셨으니
마음껏 저녁나절 누리셔요~

heima 2012-03-07 17:28   좋아요 0 | URL
벌써 다음날 저녁이네요- 그래도 오늘하루는 더 두근거렸어요! 된장님 좋은 저녁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