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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김경집 지음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항상 우리를 따뜻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 나는 기적이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니라 바로 그런 희망을 주는 어떤 것이라 생각한다. 예수의 기적은 사실 복음 자체로 이미 완성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놀라운 일로도 나타났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안타까워하고 마음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내가 행해야 할 기적이다.
p.110
교회가 건강한 시장 기능을 수행할 때 사회도 건강해지고 도덕적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사랑의 실천이고 바람직한 사회적 책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시장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교회가 되어야겠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스스로 양산하는 그런 병원이나 학교 또는 기관들을 운영하는 교회를 보고 예수가 뭐라 하실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p.183
예수는 당신의 존재를 선언하고 그 존재성을 받아들이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다. 어떠한 선언이나 율법으로도 하느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기꺼이 사람의 몸으로 직접 모범을 보여주기 위해 이 땅에 온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람의 아들'의 진정한 의미다.
p.235
우리가 먼저 스스로 되물어야 할 것은 교육자나 성직자가 사회문제에 대해 발언하지 않을 사회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그들이 나설까. 그것을 두려워하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게 먼저다. 그들이 바로 진리와 정의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나섰다는 것 자체가 사회가 부패하고 그 병세가 극심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p.301
김경집, <눈먼 종교를 위한 인문학> 中
+) 이 책의 저자는 (인문학자의 눈으로) 성경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기독교 사회를 살펴본다. 성경의 구절을 마음에 드는 부분만 따와서 자기 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또 그 무조건적인 텍스트를 바탕으로 자기들의 틀에만 갇힌 일부 교회에 대해 지적한다. 그것을 넘어서 성경의 비유를 제대로 해석하여 수용하고, 참뜻을 깨달을 것을 제안한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점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한다. '잘못된 신학이란 기복신학과 번영신학, 신학과 영성이 분리된 불균형한 신학, 권위주의와 근본주의 신학, 그리고 변혁과 민주성을 상실한 신학이다.' 나는 기독교인이 아니나, 이 책을 읽으면서 성경의 비유적 해석과 예수님의 말씀 혹은 행동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되새겼다. 성경을 종교인이 아닌 일반인의 눈으로 살펴보니(물론 상세하게는 아니지만) 굉장히 흥미로웠다. 감동적이었고.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점만을 꼬집은 것은 아니다. 성경의 올바른 해석과 가치를 전달하고자 애썼다. 저자의 글은 근거도 충실하고 주장도 명확했다. 간혹 저자의 감성적 목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그런 부분이 오히려 이 책을 부드럽게 만들어주지 않았나 싶다. (이 책에 대한 종교적, 극단적인 판단은 보류하고 싶다.) 그저 인문학자의 눈으로 본 성경과 오늘날 한국 기독교 사회의 모습들에 대해 천천히 둘러보고 생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