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지음 / 예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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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최근 몇 년간 쌀 소비량이 줄고 밀가루 소비량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간간히 듣게 됩니다. "한국 사람은 밥힘으로 산다."는 표현도 잘 안쓰게 된 것 같구요. 베이킹을 직접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지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유명한 베이커리를 맛집 리스트에서 종종 접할 수 있지만 사실 프렌차이즈에 밀려서 동네 빵집의 퀄리티는 많이 떨어졌지요. '밥 대신 주식으로의 빵'을 생각해보면 정말 중요한 것은 동네 빵집인데 말입니다.

 

저 또한 이런 시대 흐름과 같이 간식보단 끼니를 제 때 밥으로 챙기는 주의였지만 몇 년간 식생활을 돌이켜보면 밥 이외의 탄수화물들로 먹어왔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선입견의 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식사를 단맛 위주가 아닌 짠맛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주식은 달면 안된다' 라는 생각에서 빵류하면 왠지 단맛을 떠올리게 되어 식사 대용은 싫었거든요. 그렇다고 단맛이 도는 디저트류를 싫어하진 않지만 말입니다.

 

주변에서 많이 들었을 법한 흔한 이야기이지만 프랑스에서 먹어본 바게트에 대한 느낌이 빵에 대한 애착을 바꾼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해봅니다. 이런 면에서 저는 '주식으로써의 빵'은 무조껀 담백해야하고 달지 않아야한다는 부분에 대한 철학이 있는데 이 책에서의 시작이 브레첼과 바게트였기 때문에 더 감정 이입을 해서 정신없이 보게 된 것 같네요. 분량으로 보자면 달콤한 빵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겠지만요. 왠지 화려한 디저트류보단 담백한 빵이 독일과 어울리는 기분이 들어서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독일에서 4년을 생활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카페 인 유럽'을 앞서 출간했고 이번 이야기는 빵이 중심입니다. 하지만 독일만의 이야기는 아니구요. 제목 그대로 유럽의 몇 개국에서의 이야기를 엮어놓았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앞부분은 '주식으로의 빵'이 소개되어 있구요. 이후 챕터에서는 '달콤한 디저트 류'가 등장합니다.

 

베이커리 소개나 여행 루트에 대한 소개 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자면 '빵을 매개체로 하는 유럽 생활에 대한 에세이'라는 것이 이 책에 대한 분류겠지요. 최근 수 많은 여행 서적들 덕분에 단순 정보지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출간되고 있지요. 아무래도 여행 에세이라면 일종의 자아 성찰이 묻어나는 에세이가 두드러진다면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가족과 함께 한 생활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다국적의 친구들과의 이야기도 종종 드러납니다. 그래서 여러 번 경험한 이야기와 한번 다녀온 후의 기록이 동시에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다 읽은 후 목차만 놓고 보면 4년 동안 이렇게 많은 행적을 남겼나 싶을 정도로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노르웨이, 이탈리아가 배경입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정신없었던 한 해가 있는 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 한 해도 있지요. 이 책에서는 두 번의 결혼식이 등장하는데 4년이라는 세월이 길다면 길 수 있지만 해외에서의 결혼식이라는 타이밍이 재밌게 느껴지더라구요. 빵보다는 그런 만남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을 보면 역시 단순히 빵을 소개하는 것보단 드라마가 있는 편이 더욱 가슴에 남나봅니다. 정보와 감정의 차이겠지요.

 

소설파냐 에세이파냐 묻는다면 저는 단연 소설을 더 좋아하는 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세이는 종종 읽고 싶어지는데요. 그것은 아무래도 재미있는 픽션보다 더 드라마틱한 논픽션이 주는 가치가 제게는 커서일듯합니다.

 

에세이가 가지는 마력은 타이밍입니다. 사진을 찍을 때 기술이나 장비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단연 압도적으로 중요한 부분은 타이밍이겠지요. 그 타이밍을 내가 찍어낼 수 있다는 점까지 생각해보면 기록할 수 있다는 가치까지 더해지겠지요. '내게 나타나는 타이밍'은 의도적으로도 할 수 없고 마치 운명과도 같이 주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에세이'는 사진과도 같이(물론 최근 에세이에는 사진도 포함되어 있지요.) 누군가의 그 운명같은 타이밍에 대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서는 드라마가 내게 나타난 것이지요. 인생에서의 4년을 독일에서 보내고 그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물론 저자에게 소중하겠지만 이 책에 기록된 각 에피소드들은 운명같은 타이밍으로 찾아온 보물이겠지요. 부럽기도 하고 볼 수 있게 되어 즐겁기도 합니다.

 

빵과 여행과 사람간의 관계. 그런 단적인 부분들과 함께 기적적인 타이밍같은 소소한 놀라움들이 다 읽은 후 남아있습니다. 내게도 그런 소설같은 추억이 있었더랬지.. 하면서 과거를 돌이켜보기도 하구요. 가본 곳은 익숙함으로, 가보지 못한 곳은 훗날을 위해 마음에 담아두고요. 책에 소개된 빵들을 떠올리며 꼭 맛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정보

 

유럽, 빵의 위로
글 사진 구현정
펴낸곳 (주)위즈덤하우스
초판 1쇄 인쇄 2012년 12월 28일
초판 1쇄 발행 2013년 1월 10일
디자인 강경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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