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초콜릿 왈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0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서평

 

이 책은 세 곡의 클래식을 모티브로 하는 세 편의 단편 모음집입니다. 작가의 첫 단편집이라고 하네요. 남는 것이 시간 밖에 없을 때 종일 피아노만 치던 작가가 꼭 한번 써보고 싶었다는 이야기가 후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전부 피아노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각각 별개의 단편들이구요. 등장 인물들이 13살, 14살, 15살로 동화 같은 이야기랄지, 치유계 소설이랄지 따스한 이야기들입니다.

 

모리 에토하면 2006년 '바람에 휘날리는 비닐 시트'로 제135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라고 알고 있는데 아동 교육 전문 학교를 나와 아동 문학상을 다수 수상한 바 있네요. 1990년 '리듬'으로 고단샤 아동 문학상으로 데뷔했고 제2회 무쿠하토주 아동 문학상 수상. '컬러풀'로 제46회 산케이 아동 출판 문화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저는 나오키상 수상 작품이 실린 소설만을 읽어봐서 작가에 대해 잘 몰랐는데 찾아보니 동화 작가 본업이구나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수치군요. 이 책도 역시 그렇습니다. 10대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소설들의 장르도 다양하긴 하지만 몇 가지 형태로 정형화되어 있을 것 같은데요. 선생님이 교훈을 주는 방식인 전형적인 스타일의 동화라면 시게마츠 기요시가 떠오르지요.

 

반대로 학생들의 입장에서 바라본, 실제 규칙보다는 '우리'를 강조한 소설들은 순수 문학이라기보다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소설이랄지 라이트 노벨스러운 장르에서 많이 나타나는 편이구요. 또 다른 분류로는 판타지적인 그야말로 동화같은 이야기를 다룬 스타일도 있습니다. 이 소설은 그 가운데 위치한 느낌정도입니다.

 

 

어린이는 잠잔다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에서)
화자인 '교'는 오 년 전부터 매년 여름마다 이종 사촌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여름을 보냅니다. 총 다섯 명의 남자 아이들의 모임. 부자인 아키라 형과 달리 교의 집은 신칸센을 타지도 못해서 오랜 시간이 걸려 별장에 갑니다. 아키라 형은 규칙을 정해두고 모두 같이 움직이는 편인데 특히 LP판으로 듣는 클래식 감상 시간은 모두 졸음으로 몰아넣는 공포의 시간입니다.

 

중학생이 록이나 팝송이 아닌 클래식이라니 이상하다면서 마음의 응어리를 도모아키와 이야기하지만 혹시라도 아키라 형의 기분이 상할까봐, 그러면 다시는 별장에서의 모임을 갖지못할까봐 그 의견은 함구하기로 합니다. 만약 이 소설의 장르가 추리물이었다면 이쯤에서 살인이 일어난다던가 사건의 시작이 되겠지만 동화인 이 소설에서는 아키라 형의 이미지는 사실 오해였던 것이고 왜 그토록 클래식에 집착했는지 내막이 나오게 됩니다. 친척이라 더 공감할 수 있었던 여름의 추억이 아니었나 싶은 이야기입니다.

 

"피아노의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 p. 64

 


그녀의 아리아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중에서)
열 다섯의 화자는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달이나 지속되어 체력은 말도 못할 정도. 그래서 구기 대회를 위한 축구 연습을 몰래 빠져나와 메이지 시대 말기에 지어져 지금은 쓰지 않는 낡은 학교 건물에 들어가 숨어 있기로 합니다. 거기서 후지타니 리에코를 만납니다. 바흐가 불면증 환자를 위해 지은 곡이라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피아노로 치고 있는 그녀와 친해진 후로 줄곳 그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만나 대화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녀의 거짓말을 알게되고 실망하게 됩니다. 그녀의 진짜 모습을 알게되고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들이 독특할 것 없이 구태의연한 면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해피엔딩이라 따스한 이야기였습니다.


어둠 속을 비추는 한줄기 빛 같은 선율. p. 111

 

 

아몬드 초콜릿 왈츠 (에릭 사티의 '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 중에서)
특이한 피아노 선생님 기누코에게 피아노를 배우는 기미에와 나오. 꾀병에도 혼을 내지않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그 선생님은 기미에와 나오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입니다. 괴짜로 알려져있는 에릭 사티를 너무 사랑하는 선생님에게 에릭 사티와 닮은 프랑스의 친구 스테판이 찾아옵니다. 평범한 엄마들은 스테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를 학원에 그만 보내지만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피아노가 치기 싫어서 노래를 부르는 기미에는 스테판을 좋아합니다.

 

행복한 이들의 시간을 지난 후 기미에의 변화와 우울함은 주변 사람들을 위태위태하게 만들지만 정형화된 규칙으로 한 사람을 정의하고 훈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은 아름답게 보입니다. 그래도 기미에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모습은 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선을 넘은 것 같기는 한데 말이지요.

 

스테판의 향후 행보의 묘사에서도 작가는 그다지 그런 부분을 생각하진 않는구나 싶어서 시게마츠 기요시 스타일의 전형적인 동화는 아니구나 라고 차이점을 느끼긴 했습니다. (시게마츠 기요시 스타일의 소설은 어딘가 준법정신이 탁월해야할 것 같은 선입견이 제게 있거든요. 모리 에토는 소설로 짐작컨데 잠시의 일탈을 즐기는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앞의 두 편의 단편과 달리 어떤 계기를 통해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의 맘이 바뀌고 결정하는 타이밍만이 나오는 이야기라 좀 다른 면이 있는 소설이긴 합니다. 캐릭터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토리 자체도 캐릭터와 어울린달까요. 때로는 엉망진창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지만 행복하게 산다면야 그런 면이 어떤가 싶은 부분도 분명 있겠지요.

 

그런 스토리답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슨 관계인지, 어떤 결심을 했는지 전혀 보여주지는 않지만 각자 성장해간다는 면에서 조금 인상적인 소설이었습니다.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가래."
아몬드 초콜릿처럼?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말은 슬그머니 내 안으로 들어와 내 마음속 어딘가의 뚜껑을 열었다. 또 그 속에서 또 다른 빛이 뿜어져 나와 다른 무엇인가를 비추었다. 그 빛은 미래의 먼 앞날까지도 비춰 주는 것 같았다.
p. 196

 

아무래도 동화여서 어려운 면은 없긴 하지만 단순한 소설임에도 결말이 궁금해져서 쉽게 읽힙니다. 나쁘진 않지만 극찬할 정도도 아닌 것 같아서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책 정보

 

Almond iri Chocolate no Waltz by Eto Mori (1996, 2005)
아몬드 초콜릿 왈츠
지은이 모리 에토
펴낸곳 (주)비룡소
1판 1쇄 찍음 2012년 4월 20일
1판 1쇄 펴냄 2012년 4월 30일
옮긴이 고향옥
디자인 인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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