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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아카가와 지로의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4편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15세를 시작으로 '스기하라 사야카'라는 주인공의 성장과 함께 매년 9월마다 책이 나오는 독특한 컨셉입니다. 정통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아카가와 지로의 작풍답게 엔터테인먼트적인 라이트 추리물 정도에 속합니다.
하지만 10대 소녀가 추리하는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컨셉이기에 라이트 추리물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조금 무거운 사건들을 다루기도 합니다. 3편에서는 조금 실망을 했었는데 4편은 전작의 느낌이 돌아온 것과 3편의 무거움이 함께 가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입을 앞둔 여고생의 모습이 마냥 밝기만할 수 없으니까요.
진로를 앞두고 친구에게 영향을 받은 느낌은 3편과 비슷합니다. 제목은 색 이름 + 외래어로 구성되고 있는데 늘 제목이 주요한 매개체가 되는 물건이었다면 이번에는 감정적인 느낌입니다. 따로 내용상 드러나지는 않구요. 좀 포괄적입니다. 앞서 설명한 느낌과 제목 역시 동일합니다.
그런 '바이올렛스러운' 느낌이 깔려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사건이 통일감을 갖췄달지 그런 면에선 3편을 제외한 1, 2편이 많이 떠오릅니다. 반대로 생각해보면 1, 2편에서 사야카가 밝았던 것이지 사건 자체는 무거운 것을 볼 때 4편은 사야카는 어둡지만 사건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습니다. 물론 살인은 등장하지만요.
이번 이야기 속에서도 교코의 방황은 계속 됩니다. 새로운 만남이 의대 대입을 앞둔 교코에게 갈등의 요소가 됩니다. 그리고 사야카는 언제나 밝을 줄 알았지만 아버지의 병환, 오빠의 무관심, 남자친구 엄마의 반대로 인해서 밝은 모습은 그리 나오지 않습니다.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모습인 것 같지만 조금 아쉬운 면은 있네요. 밝지만 반면 놀라울 정도의 직관을 지니고 있는 양면의 소녀라는 그 간극이 참 좋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여전히 사야카의 중학교 선생님인 기누코와 형사 가와무라는 결혼을 하지 못한 채로 있습니다.
사야카는 현명하고 똑똑해서 꽤 우수한 성적의 학생일 줄 알았는데 중간 정도의 성적으로 고등학교와 같은 재단의 대학으로 진학을 결정했습니다. 반면 수재였던 교코는 의대 입학을 목표로 진학반에 들어가 둘은 자주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키오의 어머니의 반대로 자주 보지 못하고 갑자기 아버지가 쓰러지는 등 사야카는 3편과는 또 다른 걱정 속에 있습니다.
교코가 새로운 남자 친구를 만나게 되었다고 알게 되는데 그 남자의 소문이 좋지 않습니다. 이외 별개로 부인이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사카이의 이야기도 번갈아가며 진행됩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통일감을 느낀 것은 주제가 명확한 점 때문입니다. 누구의 입장에서 봐도 주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은 '관계'입니다. '어느 한 사람의 그 자체의 모습이 아니라 제 3자가 오해하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던 편이었습니다.
이제는 가족이 아닌 것 같이 변해버린 오빠에 대한 걱정과 아키와의 엄마 때문에 고민인 사야카. 부모님을 생각해야하는 기누코 선생님이나 아키오.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고민인 가와무라. 자신의 앞날을 위해 타인이 오해할만한 행동을 삼가해야하는 교코. 전혀 몰랐던 부인의 일면을 보게된 사카이. 누구도 진정으로 만나지 못하는 다다노까지.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서로에 대해 판단하는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을 거쳐서 제 3자가 된 누군가를 통해 듣게 되는 소문이나 오해 덕분에 자신의 평가가 엇갈리게 되고 또 다른 오해를 낳게되는 것이 이 소설의 전체적인 내용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관계란 기묘합니다. 한 사람과 한 사람이 만나 아무 문제없이 지낼 수 있어도 그 곳에 또 다른 한 사람이 끼어들면 잔잔한 호수에 거침없이 던져진 돌멩이 한 조각처럼 오래도록 파문을 낳고 하니까요.
물론 그러한 파문은 단순한 악의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같은 마음의 세 사람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둘 중 한 사람을 더 중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겠지요. 이 판단이 다른 누군가에게로 옮겨가게되면 관계는 또 변화하기 마련이겠지요.
무엇이 진실이고 어떤 선택이 옳다는 단순한 결론보다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무겁고 어려운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가볍기만한 여운을 주지 않는 것이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이고 오래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19세는 사야카의 대학 생활이 펼쳐질 것 같아서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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