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3년만의 장편 소설을 출간한 요시다 슈이치. 문학계 신인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아쿠타가와상 등의 수상 작품들의 작가이며 드라마나 영화화된 작품들의 원작 작가. 그의 이름은 몰라도 영화 '악인'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작가입니다. 작품에 간간히 한국인이나 한국 관련 이야기가 등장할 정도로 한국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요.

 

이 소설의 원제는 '헤이세이 원숭이와 게 교전도'로 어미 게를 속이고 죽인 원숭이에게 새끼 게들이 앙갚음을 한다는 전래동화를 모티프로하는 현대판 리메이크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그렇고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대선을 치뤘기 때문에 조금 더 연관성을 느낄 법한 정치와 관련된 일화도 있습니다. 보잘것없이 평범한 몇 사람의 힘이 모여 목적한 바를 이루고 각자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간다는 조금은 동화같은 이야기이지요.

 

이런 형태가 그다지 새로울 것도 없이 종종 쓰여진 방식이긴 합니다. 너무 동화적인 결말이랄까 그렇습니다. 최근 일본 내에서 부는 힐링이랄지 위로를 하는 동화같은 소설이랄지, 그런 붐에 편승해서 역시 그런 류의 소설이라고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는 마지마 미쓰키가 남편을 찾아 도쿄로 상경하는 부분부터 시작됩니다. 나가사키의 고토후쿠에지마라는 섬을 떠나 연락이 끊긴 남편 마지마 도모키를 찾아나섭니다. 그러다가 도모키를 아는 하마모토 준페이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는 가부키초의 한국 술집 '란'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읽어온 독자라면 이런 도입부에서 분명 미쓰키와 준페이는 파경을 맞는다던가 이상한 일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선입견일지는 모르겠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들은 대부분 어딘가 불안하고 어긋난 관계를 많이 그려왔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전혀 그런 류의 소설은 아니더라구요.

 

그리고 한편 준페이는 뺑소니를 목격하게 되는데 그 때의 범인과 자수를 한 범인이 다름을 알고 돈을 마련하기 위한 범행을 꾸미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미치오 슈스케의 '까마귀와 엄지'가 떠오르기도 하더라구요. 어딘가 허술한 범죄랄까요.

 

준페이가 일하는 술집의 마담 '미키'와 단골 손님이자 미키를 좋아하는 야쿠자 출신의고사카 다쓰야도 주요 인물입니다. 준페이와 도모키가 협박하려는 뺑소니 범인 가족들의 이야기도 등장하면서 1막이 마무리됩니다. 2막에서는 뺑소니 범인을 협박하는 이야기는 이어지지만 예상 밖으로 전혀 다른 전개를 통해 각 인물들이 연결됩니다.

 

단순히 돈만 좀 원했던 두 사람의 예상과 달리 정보를 원하는 과정에서 야쿠자와 관련된 일이 생기게되고 등장 인물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사건에 연루되게 되면서 상황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됩니다. 3막에서는 그런 상대에 대항해서 엉뚱하게 정치에 입문하게 되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대단한 인물을 그린다던가 정치에 대한 어떤 큰 이념을 가지고 진행되는 소설은 아닙니다. 단지 각 사람의 행복이 더 중시되고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이럴바엔 후보가 되어 맞불을 놓자는 조금 황당한 의도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시종일관 즐겁고 소박한 작은 도시의 사람들을 그려내며 그들의 작은 힘이 모여 행복감을 얻게되는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소박하기만한 소재는 아닙니다. 호스트, 마담, 야쿠자, 뺑소니 범인, 복수, 협박, 피의자 가족, 피해자 가족, 정치 비리, 살인 등이 모조리 나오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악인'에서 작가가 그려냈던 묵직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런 상황 속에서도 밝은 모습을 잃지 말자는 희망의 메시지가 느껴질 정도로 밝은 작품이랄까요.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권력에 대항하는 정치 이야기는 이사카 코타로의 '마왕', '모던 타임스'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많은 인물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그려냈고 그들이 함께 즐거움을 찾아내는 이야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요시다 슈이치의 소설을 읽어온 팬으로써는 조금 의아하기도 한 소설이었습니다. '워터'라던가 몇 작품 속에서 분명 밝은 모습을 보여준 작가이긴 했지만 그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느껴지는 '섬세한 불안감'을 상당히 가볍게 표현해놓은 점 때문입니다.

 

호스트와 야쿠자가 나오면서도 선거에 이길 수 있는 이야기가 좀 가볍기도 하고 동화적인 느낌도 들어서 별을 매기는데 상당한 고심을 했는데요. 재미있게 읽었고 소설 자체의 완성도 문제는 아니니 그냥 다섯 개를 매깁니다. 요시다 슈이치의 그런 불안감이 그 작가의 색깔이라고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시는게 어떨까 덧붙여봅니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고사카의 웃음소리를 듣자, 어쩌면 그도 자기랑 똑같이 준페이에게 뭔가를 걸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키와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잘못 디뎌 버린 자기 인생을 준페이의 승리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이미 바랄 수도 없게 된 평범한 삶에 대한 꿈을 다시 한 번 꿀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을지도 모른다. (p. 501)

 

 

 

 

책 정보

 

Heiseisarukanikatsenzu by Shuichi Yoshida (2011)

원숭이와 게의 전쟁

지은이 요시다 슈이치

옮긴이 이영미

도서출판 은행나무

1판 1쇄 인쇄 2012년 12월 12일

1판 1쇄 발행 2012년 1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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