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서평

 

영화화도 된 '달팽이 식당'의 저자 오가와 이토의 또 다른 음식 소설입니다. 그녀의 네 번째 장편소설 '쓰루카메 조산원'도 드라마화되었습니다. 요리에 관한 조예도 깊을 것같은 저자는 무척이나 아름답게 음식에 대한 묘사를 하는 작가입니다. 

 

'달팽이 식당'이 아름다운 동화로 기억되긴 하지만 링고가 고향으로 되돌아가는 계기라던가 아버지에 대한 것이라던가 그리 동화스러운 이야기만은 아니었지요. 오가와 이토의 다른 소설들 속에서 그런 경향이 드러나버리면 좀 읽고싶어지지 않아지는 면이 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 '따뜻함을 드세요'는 중간 정도 되는 소설이지 않나 싶습니다.

 

제목과 달리 '음식'만을 소재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과 죽음'을 소재로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각 단편 속에서 죽음이 많이 등장합니다. 물론 삶은 죽음으로 이어져있고 죽음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듯 언제나 접할 수 있겠지만 지나칠 정도로 지속적으로 등장하더라구요.

 

역자의 말까지 161페이지 밖에 안되는 짧은 소설입니다. 거기에 총 7편의 단편이 들어있으니 아주 짧은 소설들입니다. 기억을 잃은 할머니의 마지막 음식, 손녀가 떠올린 지난 추억의 빙수. 천연 얼음을 사용해서 할머니가 무척 마음에 들어했던 그 빙수를 사러가는 소녀의 모습을 그린 '할머니의 빙수'.

 

어릴 때 미식가인 아버지로 부터 전수받은 식당들을 소개하는 요코하마에서의 커플의 이야기를 그린 '아버지의 삼겹살 덮밥', 마흔 살의 생일을 앞두고 이별과 송이 버섯 요리를 함께 하는 이야기를 그린 '안녕, 송이버섯', 결혼 전 마지막 된장국을 아빠에게 끓여주는 이야기를 그린 '코짱의 된장국', 예전을 회상하며 기념일에 크로켓을 먹으러 가는 '그리운 하트콜로릿', 돼지와 살고 있는 남자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만찬 이야기를 그린 '폴크의 만찬', 돌아가신 아빠를 엄마와 함께 기리며 '때아닌 계절에 기리탄포'.

 

이렇게 일곱 가지 이야기입니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 급사한 남자 친구, 엄마가 죽기 전에 알려준 된장국, 죽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할머니, 죽기로 작정하고 마지막 만찬을, 아빠가 죽은 후 먹고 싶어하시던 음식을 함께 먹는 이야기까지 한편을 제외하고는 전부 죽음과 긴밀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 한편 마저도 인연이 끝났다는 점에서 혹은 죽을 때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에서 죽음과 닿아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컨셉인 것인지, 이렇게까지 죽음에 연연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삶이 죽음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야 먹고 사는 이 삶을 더 중시하고자 하는 마음은 생깁니다. 이런 불만을 덮어두고라도 이 소설이 탁월한 점은 역시 오가와 이토가 표현해내는 요리, 식사에 관한 아름다운 묘사 그 자체에 대한 점이 아닐까 싶네요.

 

미식이라할 법한 대단한 만찬을 바라게되다가도 지금 먹는 이 음식 자체의 맛을 기쁘게 느끼고 소중하게 표현하면 어떨까란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심야식당', '고독한 미식가', '달팽이 식당', '카모메 식당' 등과 함께 배고플 땐 보면 안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책 정보

 

Atsu Atsu o Meshiagare by Ito Ogawa (2011)

따뜻함을 드세요

지은이 오가와 이토

펴낸곳 (주)미래엔

초판 1쇄 인쇄 2012년 8월 8일

초판 1쇄 발행 2012년 8월 17일

옮긴이 권남희

디자인 김지혜, 김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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