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협의 남쪽
이토 다카미 지음, 최윤정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로 제32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하여 몇 작품으로 수상, 후보에 거론되었고 '8월의 기 위에 버리다'로 제13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세 번째 작품을 읽은 셈인데 얼마전 1995년에 쓴 데뷔작을 읽고 10년이 넘은 후에 집필한 이 소설을 읽으니 감회가 좀 새로웠습니다.

 

순수 문학을 읽으면서는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는 편인데요. 장르문학에서는 범인이나 트릭, 진상에 집중하면 되지만 순수 문학은 극중 캐릭터에게 투영된 저자의 가치관을 읽어내려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는 편입니다. 읽은 후의 잔상도 꽤 길구요.

 

이 소설의 주인공 이하라 히로시는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홋카이도로 가게 됩니다. 아버지는 이미 10년도 더 전부터 헤어진 상태고 그나마 마지막 연락을 받은 것도 10년쯤 되었습니다. 홋카이도가 고향이고 모든 친척들이 다 홋카이도에서 살고 있지만 히로시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함께 내륙지방으로 떠나 새 삶을 시작합니다.

 

고베와 오사카 쪽에서 살게 되고 주인공 히로시도 그곳에서 태어납니다.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하는 행적과 함께 아버지에 대한 회상씬이 종종 삽입되면서 주로 히로시의 독백과도 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다보니 홋카이도나 간사이에 대한 문화라던가 인식, 살아온 방식이나 시대감들이 종종 소설 속에 드러납니다.

 

이 여행의 동행인 아유미와의 관계 역시 그러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는데요. 그녀의 집안도 마찬가지로 홋카이도를 떠나 간사이(고베와 오사카 일대의 지방)에서 자랐습니다. 히로시와는 육촌 간입니다. 소꼽친구이지만 더 깊은 관계이기도 한 두 사람은 친족 결혼이 허락되는 일본 내에서도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만큼 쉽게 만나는 것이 아닌, 미묘한 뉘양스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평범한 아버지가 아니라 바람을 피고, 사업을 하고 어머나와의 관계가 좋지 못하고 헤어지고 그런 일련의 과거들이 불연속된 시점으로 서술되곤 합니다. 아버지보단 어머니의 생김을 닮았다는 히로시의 어린 시절의 생각부터 여러 면에서 아버지와 닮지 않은듯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자신이 아버지와 비슷함을 깨달아갑니다.

 

그러나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자신이 아버지의 분신같달까 비슷하기에 피가 진하다는 부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닙니다. 비슷하기 때문에 아버지의 행동을 가늠할 수 있는 면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해'가 아닌 '가늠'의 범위에서요.

 

아버지는 무언가를 쫓으며 살고자 했지만 결국 그것을 찾지 못한 것 같아 어머니도 아들인 자신도 불행하게 했지만 그것을 아버지 탓이라고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모습이 그려지진 않습니다.

 

마지막에 자신의 행보를 결정짓는 결말을 통해서 히로시는 아버지와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홋카이도 태생인 아버지와 달리 내륙지방 태생인 자신. 아버지와 닮지 않았다고 운운했지만 결국 닮은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자신이며 그것을 못내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도 아닌 아유미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렇고 - 아버지는 두 여인을 불행하게 했지요. - 아유미를 진작에 잡지 못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니였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이번 홋카이도 행을 통해서 자신과 아버지의 공통점과 다른점을 명확히 발견하고 생각을 정리했기에 아유미와의 관계를 결정지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허술한 부모라도 어린 자식의 눈에는 무엇이든 대단해보이고 그렇지 않다고 한들 좋은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식이겠지요. 그러나 커 가면서 이 괴리를 발견한다 하여 자식된 입장에서 부모를 무시하게되는 것이 아니라 나와는 또 다른 한 인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것이 한 인간의 진정한 성장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책 정보

 

Kaikyo no Minami by Ito Takami (2009) 

해협의 남쪽

지은이 이토 다카미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찍음 2012년 9월 25일

초판 1쇄 펴냄 2012년 10월 3일

옮긴이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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