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이토 다카미 지음, 김지은 옮김 / 씨엘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저자는 이 소설로 1995년 제32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와세다 대학에서 오노 아즈사 기념상 예술상을 수상했고 이후 '안녕, 그저께'로 제49회 쇼가쿠칸 아동출판문화상, '하늘 높이, 깊슨 플라잉 V'로 제21회 쓰보타 조지 문학상, '8월의 길 위에 버리다'로 제13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습니다.

 

저는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는 작품을 먼저 읽었습니다. 진상을 밝혀내는 쪽의 소설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순수 문학을 자주 읽지는 않게 되는데 '반지를 끼워주고 싶다'는 약간의 추리적 요소가 가미되어 있습니다. 결과나 캐릭터의 스타일 등이 전혀 취향은 아니었지만 풀어내는 과정들이 담백하달까 깔끔해서 기억에 남는 작가였습니다.

 

몇 소설가의 데뷔작은 아무래도 읽기 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좋은 감정이 있는 작가라도 조금 부족해보이는 면이 발견되곤 하니까요. 그리고 어딘가 자전적 소설들로 데뷔하는 경향이 강해서 리얼리티의 선을 넘나드는, 조금은 흥미가 떨어지는 작품이 있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이 소설 역시 그런 선입견과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긴 했습니다만 상당히 독특한 소설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대학생이 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당시 이야기를 그려낸 청춘 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연애 소설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판에 박힌 듯한 설명으로는 이 소설을 보여주기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흔히 청춘 소설이라면 좀 도덕적인 잣대라던가 성장을 강요하는 면이 있지요. 그런데 이 작품 속에는 전혀 그런 면이 없어서 도리어 '리얼리티인가?!'라는 반문을 지속적으로 하게 됩니다.

 

고베의 한 지역에서 부잣집 아들로 성장해온 주인공 가오루는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고 아버지의 빨간 오픈카를 타며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흔히 나옵니다. 18세가 되어 면허를 따도 교칙상 운전을 하면 안되지만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고등학생이라는 내용을 제외하면 상당 부분 전혀 고등학생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이것이 과연 리얼리티인가 아닌가를 지속적으로 자신에게 반문했는데요. 수록된 평론가의 해설에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리얼리티는 전혀 없다고 덧붙입니다. 그런데 굳이 시대상을 뒷받침하는 것만이 리얼리티로써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냐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고교 시절 담배를 피지 않은 사람에게 담배를 피는 세계의 아이들은 전혀 리얼리티로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담배를 아무렇지도 않게 피는 가오루라는 인물이 '이토 다카미에겐 리얼리티였을까' 라는 질문은 별개라는 것이지요.

 

리얼리티냐 아니냐는 사실 중요하진 않습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면은 그만큼 자연스러운 면이 있어서 자전적 소설로까지 느껴진다는 점입니다. 아무래도 저자가 대학 때 쓴 소설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할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나이의 어른이 10대를 돌이켜보거나 30대 이상의 잣대로 판단하는 소설은 확실히 아닙니다. 읽는 사람에게 올바른 삶은 이러하고 이렇게 살아야한다고 강요하는 소설이 아니지요.

 

부자 동네 야마테에 살고 있는 가오루는 반대로 가난한 니시 구 출신의 미오와 사귀고 있습니다. 문화제 때 열리는 교내 미스 콘테스트 후보로 유력한 미오는 단순히 이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좀 다른 매력이 있는 소녀입니다.

 

별것 아닌 일에 다투는 10대의 일상과 학교 생활, 즐거운 데이트 등이 이어지지만 가오루의 10대의 끝은 그리 행복한 결과만은 기다리고 있지 않았습니다. 부모 덕분에 행복하게 살아온 가오루는 미오와는 달랐습니다. 그냥 이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는 미오는 단순한 삶으로 자신을 버리고 싶지 않아 합니다.

 

만일 이 소설이 좀 더 청춘의 고뇌에 초점을 맞췄다면 더 절절한 가오루의 감정을 그려냈을 것이고 평범하게 살아갈 가오루에게도 시련이 닥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오루는 별개로 전혀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내고 미오는 미오대로 역시 자신이 원하는 삶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은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 주제는 마지막에 나옵니다. 누구의 부모도 등장하지 않고 누구의 스승으로 아이들을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이 이 소설 속 아이들은 살아가고 있지만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을 통해서 가오루는 인생의 커다란 깨달음을 얻게됩니다.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자신과 행복을 함께 했으면 좋았을 미오는 자신의 춤을 추며 자신의 삶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미오가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했던 가오루 역시도 자신의 삶을 빙글빙글 돌며 살아내고 있습니다.

 

가장 친했던 친구도, 사랑했던 연인도, 큰 가르침을 준 사람도 떠나고 혹은 또 다른 만남을 가지면서 인생은 점점 변해갑니다. 결국 이 소설은 자신의 삶을 자신이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듭니다.

 

좋은 소설이었지만 아무래도 시대상을 반영한다던가 큰 사건을 가진 스케일이 큰 이야기도 아니고 무겁거나 너무 가볍지도 않은 담백한 면 때문에 별은 네 개만 매겨봅니다. 마지막 부분이 참 좋은데 좀 더 자세히 그려내지는 못했을까란 아쉬움도 듭니다.

 

 

 

 

 

책 정보

 

Josyuseki Nite, Guru Guru Dansu Wo Odotte by Takami Ito (2006)

조수석에서 빙글빙글 춤을 추며

지은이 이토 다카미

펴낸곳 씨엘북스

초판 1쇄 찍음 2012년 8월 28일

초판 1쇄 펴냄 2012년 9월 06일

옮긴이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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