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베이커리 1 한밤중의 베이커리 1
오누마 노리코 지음, 김윤수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신인 작가의 작품으로는 드물게 '30만부 판매'라는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시리즈화 되고 있다는 이 소설은 제목에서부터 훈훈한 감동을 줄 것 같다는 예상이 되는 작품입니다. 이런 류의 소설을 좋아해서 기대를 했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뻔한 이야기는 아닐까 우려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소설이었습니다.

 

예상은 조금은 평온한 빵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의 이야기가 진행될 줄 알았거든요. 물론 어떤 의미로보면 맞기는 하지만 제가 예상했던 방향은 빵집이 주인공이고 평범하지만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빵집에 오게 되면서 변화되는 이야기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니라 좀 더 소외계층의 이야기를 다루는 쪽이 맞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한밤중의 빵집에 찾아오는 손님들이 평범하지는 않겠지만요. 가장 큰 주인공은 빵집의 사장이나 점원이 아닌, 이 빵집에 오게된 한 소녀의 이야기가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녀의 성장기이면서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와 함께 변화되는 이야기랄까요. 

 

슈토 고속도로와 246번 국도가 겹치는, 세타가야 거리와 246번 국도에 면하는 역 앞의 잠들지 않는 거리. 그곳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주택가 근처에 오도카니 위치해 있다는 'Boulangerie Kurebayashi'(블랑제리 구레바야시 - 빵가게 구레바야시). 오픈한 지 보름쯤된 이 가게의 영업 시간은 오후 23시부터 오전 29시.

 

흰색 요리사 옷을 입은 무테안경에 다박수염을 옅게 기른 30대 후반쯤의 남자와 검정색 요리사 옷을 입은 젊은 남자로 점원은 둘 입니다. 이 빵가게에 대한 간략한 설명 뒤에 바로 '구레바야시 미와코'의 이복 동생이라는 시노자키 노조미가 찾아옵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종종 엄마로부터 방치되어 친척집을 전전하는 삶을 살아왔습니다. 덕분에 좀 냉정하고 계산적인 면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고급 주택가에 사는 사모님이라는 이복 언니네 신세를 지라며 편지 한장만 남겨두고 방을 빼고 도망친 엄마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찾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설명과는 달리 언니인 구레바야시 미와코는 없고 상류층도 아닌 이제 막 시작한 빵집일 뿐입니다. 그래도 갈 곳이 없는 고등학교 2년생의 노조미는 이곳에 신세를 질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고 구레바야시는 노조미를 반깁니다.

 

노조미의 불행한 과거와 지금도 이어지는 친구들의 괴롭힘, 그로인해 냉정해진 노조미는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빵도 입에 대지않고 구레바야시와 히로키에게 거리를 둡니다. 그런 노조미가 변해가는 과정과 함께 블랑제리 구레바야시의 일상의 모습들이 묘사됩니다. 이렇게 시니컬한 노조미가 많은 부분 화자로 등장하거나 평범치 않은 각 인물들이 화자로 시점이 변화되면서 지루하지 않은 진행이 됩니다.

 

두 번째 등장 인물은 미즈노 고다마입니다. 빵을 훔치는 것을 발견하고 알게된 초등학교 3학년의 작은 아이. 노조미는 고다마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자신과 동일시하게 됩니다. 세 번째 등장 인물은 배달 손님인 각본가 마다라메 유야입니다. 그는 스토커에 관음증 환자인데 우연히 몇 가지 도움을 주게 되면서 친해지게 됩니다.

 

네 번째 등장 인물은 소피아라는 이름을 쓰는 뉴하프(여장 남자나 트렌스젠더를 이르는 일본식 조어) 입니다. 이 빵집에 꽃미남들이 있어서 즐겨다니게 된 그녀(?)는 고다마를 도와주게 되는데 의외의 접점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점원인 야나기 히로키와 주인인 구레바야시의 과거 이야기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소설의 내용을 쓰다보니 조금 평범한 소설같은 기분이듭니다. 어떤 면에서 이 소설은 30만부를 넘는 힘을 보였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블랑제리 구레바야시'라는 빵집이 수수께끼이고 '구레바야시 미와코'란 인물도 수수께끼이고 각 등장인물이 흔치 않은 인물로 설정했다는 면일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면을 강요한다던가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않고, 틀에 박힌듯한 교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평범치 않은 사람들 그 자체가 인정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이 소설의 특이한 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굴곡진 인생을 살아온 인물들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드라마틱하지만 이 빵집의 빵맛이 특별히 좋다던가 이 빵집의 주인이 특별히 완벽한 인물이라는 드라마는 없습니다. 누군가에 의해 구원을 받아도 그 사람 자체는 완벽하지 않고 각자의 문제와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어느 한 순간 때문에 변화되고 치유받을 수 있는 그 순간의 기적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설명할 수록 뻔한 문장이 이 소설의 수식어가 되는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이야기를 담은 '한밤중의 베이커리'. 삐둘어져있는 사람이 바로되길 강요하지 않고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 행복해지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삐뚤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평생 똑같이 삐뚤어져 있는 건 아니니까. 세상에는 직선의 사람이 더 적기도 하거든. ... 무엇보다 삐뚤어진 부분이 누군가와 잘 맞는 일도 있고." (p. 311)

 

 

 

 

 

책 정보

 

Mayonaka no Panya-san - Gozen Reiji no Recipe by Noriko Oonuma (2011)

한밤중의 베이커리

지은이 오누마 노리코

도서출판 은행나무

1판 1쇄 인쇄 2012년 9월 5일

1판 1쇄 발행 2012년 9월 12일

옮긴이 김윤수

디자인 홍세연 김서영

일러스트 박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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