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콜라티에
우에다 사유리 지음, 박화 옮김 / 살림 / 201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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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일종의 코지 미스터리입니다. 그렇지만 시체, 살인 등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추리물의 형태를 띤 소소한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평소 미스터리물을 즐겨읽긴 하지만 지속적으로 읽다보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이런 소소한 류의 이야기들을 꼭 찾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따스한 사람간의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 우에다 사유리는 2003년 장편 SF '화성 다크 발라드'로 데뷔한 후 '같은 장르의 '제우스의 덫'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작품으로는 장르를 달리하여 양과자점 '루아조 돌'에서 일어나는 장인의 이야기에 대한 소설을 썼다고 합니다. (라 파티세리(ラ・パティスリー)) 이 소설 '쇼콜라티에' 속에 '루아조 돌'도 잠시 등장합니다.

 

처음 소설을 읽기 전에 접하게 되는 저자, 책에 관한 정보로 어느 정도 분위기를 가늠하고 읽어보게 되지만 아무래도 처음 접하는 작가에게는 이런 정보 때문에 선입견이 더 생기는 것 같습니다. SF 쪽을 쓰는 소설가들은 조금 특이한 공간감각 같은 묘사력이 꼭 소설 속에서 느껴지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을 만들어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작가의 소설을 읽기에 앞서서도 그런 생각을 좀 했었지요. 그러나 전혀 SF쪽 작가라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구요.

 

조금 평가해보자면 이공계 출신들의 성향인 면이 조금 드러나긴 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면과 설명하는 면이 좀 더 체계적이랄까 집요한 설명을 한달까 세부적인 면이 있거든요. 그래서 소소한 일상을 그린 글이지만 전문적인 부분에 도달하면 상당히 세밀하면서도 본격적인 묘사를 느낄 수 있어 좀 독특합니다.

 

총 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진 이야기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주인공과 쇼콜라티에 두 사람이 이끌어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자는 화과자의 장인인 아버지를 두고 있는 아야베 아카리입니다. 무대의 배경은 고베입니다. 1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후쿠오도'라는 화과자점이 중심이 됩니다. 이곳은 고베 지점으로 아버지는 공장장으로 있는 장인이고 아야베는 매장 판매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아니?! 왜 제목은 쇼콜라티에인데 주인공은 화과자 집 매장 판매를 하는건가' 하고 의아해하게 되지요. 이 후쿠오도 맞은 편에 '쇼콜라 더 루이'라는 초콜릿 전문점이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을 통해 그 매장 쇼콜라티에인(초콜릿을 이용한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 나가미네 셰프와 알고 지내게 되면서 몇 몇 사건들을 파헤쳐가는 이야기이지요.

 

작가의 전작이었던 '루아조 돌'이라는 양과자점은 이 '쇼콜라 더 루이'의 본가라고 합니다. 여기에서 초콜릿만을 전문으로 하여 독립한 매장이 되는 것이지요. '1화 거울의 소리'에서는 처음 아야베가 '쇼콜라 더 루이'를 방문하게 되는 이야기가 그려집니다. 이 곳에서 소매치기 사건과 만나게됩니다.

 

'2화 일곱 번째 페브'에서는 본가인 '루아조 돌'에 가서 갈레트 데 루아를 주문하게 됩니다. 이 디저트는 주현절을 기념하기 위한 기독교권 국가의 풍습으로 먹습니다. 파이같은 디저트를 구워 그 안에 도자기 인형인 페브를 넣고 그것이 당첨되는 사람이 하루 동안 왕 노릇을 하지요. 결혼 선물로 친구 여섯 명이 고른 여섯 개의 페브를 주문하는데 일곱 번째 페브가 나오게 되어 그 진상을 알아보게 됩니다.

 

'3화 월인장사'에서는 화과자 장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예상 밖의 결말이었지만 장인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들이 조금은 느껴지지 않나 싶습니다. '4화 약속'에서는 '쇼콜라 더 루이'의 또 다른 셰프인 오키모토 씨와 함께 아야베가 식사를 하러갑니다. 그곳에서 얽힌 셰프들의 과거를 듣게 됩니다.

 

'5화 꿈의 초콜릿 하우스'에서는 당뇨가 있어서 단 것을 먹지 못하는 다야마 씨가 주인공입니다. 그런 그이지만 너무 단거를 좋아해서 꼭 초콜릿 하우스를 만들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6화 쇼콜라티에 훈장'에서는 단거를 못먹는 다야마 씨를 대신해서 초콜릿 애호가 모임인 '간사이 쇼콜라 클럽'에 가게 됩니다. 이곳에서 유명 양과자점 딸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저가형 과자들을 선호하고 아버지의 양과자를 비롯한 모든 디저트를 거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발렌타인 데이 시즌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일 여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화과자 장인의 딸이지만 그렇다고 화과자를 싫어하진 않고, 화과자만을 좋아하지는 않는 아야베. 또 다른 장인인 쇼콜라티에 나가미네 셰프를 만나 여러 디저트를 맛보면서 소소한 의문들을 해결해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점점 맛있는 디저트 류에 대한 아야베의 애정도 깊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미식가가 나온다고 해서 그 디저트에 대한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고 가볍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보다 좀 더 차분하달까 어른스러운 느낌의 소설입니다. 인간 관계에 초점을 맞춘 소설입니다. 물론 곳곳에 등장하는 디저트에 대한 설명 덕분에 괴로워지긴 하지만 그 보다 더 깊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담아낸, 따스한 이야기였습니다.

 

 

 

 

 

책 정보

 

Chocolatier no Kunsho (ショコラティエの勲章, La Decoration du Chocolatier) by Ueda Sayuri (2008, 2010)

쇼콜라티에

지은이 우에다 사유리

펴낸곳 (주)살림출판사

펴낸날 초판 1쇄 2012년 3월 11일

옮긴이 박화

표지디자인 윤대한

 

 

p. 65

   나는 진열장에 남아 있는 화과자를 내려다보았다.

   과자는 말이 없지만 과자를 좋아하는 이들로 하여금 속내를 털어놓게 하는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다.

 

p. 343

   나는 코트 자락을 잡아당겨 하늘에서 내리는 새하얀 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다야마 씨와 함께 즐겁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나가미네 셰프의 가슴에 내려놓듯 눈부신 눈의 결정체를 살며시 내려놓았다.

   나가미네 셰프, 당신에게 주는 훈장이예요.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쇼콜라티에 훈장.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쇼콜라티에예요. 나가미네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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