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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우타노 쇼고의 데뷔작인 '긴 집의 살인'의 후속작입니다. 본격 탐정물은 아니지만 탐정 역할을 하는 시나노 조지가 나온다는 점과 '집의 살인'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움직이는 집의 살인'까지 총 3부작으로 되어있는 이 시리즈는 작가의 초기작이다보니 여러 시도를 한 점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 상당히 풋풋함이 느껴졌던 이유는 대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점과 저자 취향의 음악이 많이 언급됐다는 면이었습니다. 본격 미스터리 류라기보다는 일상에서 만난 사건이라는 면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미스터리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듯 느껴지는 본격 미스터리 부류입니다.
사실 전작을 통해서 느낀 신선함 때문에 이 시리즈가 기대가 됐습니다. 그런데 후편에서 갑자기 본격 미스터리에 뻔히 나올 법한 저택이나 재벌의 이야기가 나와서 처음에는 좀 실망했습니다. 전편에서 전혀 탐정같지 않은 행동을 하지만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시나노 조지의 모습도 이번 편에서는 꽤나 탐정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자는 역시 동일하게 이치노세 도오루로 이카리 가의 딸인 시즈카의 가정교사를 하다가 사건에 얽히게 됩니다. 이런 소설의 뻔한 설정인 가족간의 재산 싸움이나 유산 상속에 관한 의심은 당연히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 좀 특이한 면은 바로 '조로아스터교'에 대해서 나온다는 점 정도일 것 같습니다.
거꾸로 매달려 살해당한 시체가 발견되고 이 상황은 조로아스터교의 예언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누군가의 트릭을 위한 설정인지, 단순한 모함인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습니다. 그리고 역시 살인은 한 건으로 그치지 않고 계속됩니다. 이치노세는 급히 시나노 조지에게 연락을 해서 부탁을 하게되지만 폭설로 인해 그의 도착이 늦어집니다.
전편과 동일하게 사건에 대한 많은 설명을 정확하게 해주는 이치노세와 그로부터 추리에 도달하는 시나노 조지의 관계는 여전합니다. 이 역시도 셜록 홈즈와 왓슨의 관계 설정과 닮아있음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셜록 홈즈 시리즈가 그런 패턴이었다가 중반부쯤에 들어섰을 때 자신이 무조껀 앉아서 추리만 하는 안락의자형 탐정이 아니라 직접 현장을 보고 증거들을 알아봐야한다는 패턴으로 가게 되는데 이 시리즈 역시 전편과 달리 직접 현장을 찾아 뛰는 시나노 조지의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역시나 누구나 추측할만한 뻔한 인물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점이야 추리물을 읽어온 사람으로썬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지만 전혀 뜬금없이 숨겨진 이야기가 마지막에 등장해서 사건이 마무리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방식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건 추리의 영역을 벗어난 문제이니까요. 그래도 범행의 방식같은 부분들은 추리해내는 과정이 등장해서 진상이 전부는 아니긴 합니다.
기본적으로 본격 미스터리를 싫어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이 소설 자체가 재미없다거나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별 3개와 4개에서 상당히 고민을 했는데 개인적으로 진상에 도달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작품을 더 좋아하는 편이라 전혀 힌트없이 마지막에만 드러나게 되는 방식은 무척 싫어해서 별 3개로 정했습니다. 그 부분을 제외하면 긴박감있고 흡입력 있고 특이한 소재를 썼다는 점은 괜찮습니다.
다음 편이자 시나노 조지가 등장하는 마지막 작품인 '움직이는 집의 살인'은 연극 극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입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평가가 있어서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너무 본격 미스터리 같지는 않지만 새로운 무대를 착안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시나노 조지의 등장 분량이 점점 늘어가는 패턴이라 다음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면서도 시리즈 마지막 편이라 좀 아쉽기는하네요. 다음 작품도 재미있게 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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