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이 소설은 하나비시 에이이치의 가족이 '고구레 사진관'으로 이사를 오면서 생기게 된 일을 그린 소설입니다. 고등학생 에이이치는 평범한 소년인데 유령이 나타난다는 고구레 사진관에서 사는 덕분에 심령 사진 조사를 하게 됩니다. 상권에서는 두 가지 사진에 얽힌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권에서는 에이이치가 2학년이 된 시점부터 그려지고 있습니다. 역시 두 개의 파트로 나눠져있습니다. '갈매기의 이름', '철로의 봄' 입니다. 그렇지만 상권에서 심령 사진을 조사하는 탐정처럼 그려졌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색을 띕니다. 좀 더 에이이치의 이야기가 그려져있달까요. 앞에서 예상했던 죽은 여동생 후코의 이야기와 관련하여 죽음의 상황이 밝혀지고 그로인해 절연했던 부모님 가족들 또한 등장합니다.

 

우선 '갈매기의 이름' 부분에서는 사진 한장이 등장하긴 합니다. 심령 사진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상권과는 다른 느낌의 소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분류된 4편의 이야기라는 느낌보다는 좀 더 하나비시가(家)의 이야기로 심화된 부분 같다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이 단편 안에서 사진의 소유자는 초등학생 아이라서 그 조사를 하게되는 이면에는 피카(히카루)의 행동에 관심이 자연히 가도록 설정되어 있어서 절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피카의 의문의 행동들은 대체 무엇을 의미했던 것인지 점점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이 그려진달까요.

 

그리고 이 조사를 위해서 발생되는 상황을 통해 에이이치의 사랑 이야기도 그려지게 됩니다. 진득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늘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하는 아픔을 통해 누군가의 좌절을 기억해줬으면 하는 글을 쓰는 미야베 미유키답게 역시 이번에도 에이이치에게 그런 누군가의 내면을 느끼게 합니다.

 

앞선 이야기들에서 에이이치가 관찰자고 방관자였다면 이번 하권에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된달까요. 그렇게 성장해가는 모습 때문에 이 소설은 일종의 성장 소설로도 느껴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철로의 봄'에서는 피카 또한 성장의 과정을 경험합니다. 에이이치가 이전에는 조금 평범하고 무난한 일상 속에서 그려진 인물이었다면 이 마지막 이야기 속에서는 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대회를 위해 열심히 달리고, 가족을 위해 맞서 싸우고, 대학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그의 모습은 고구레 사진관을 통해 만난 사람들 덕분에 좀 더 넓은 세상을 알게 되고 좀 더 열심히 살고자 변화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사랑해도 함께할 수 없는 관계가 서글프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에 충실하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모습이 더욱 풍족한 마음을 주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심령 현상이라던가 유령이라던가 그런 소재에 관심이 없어서 좀 우려를 표했던 작품이었는데 읽고 보니 역시 미야베 미유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무겁지는 않지만 10대 아이들을 내세워 추리하는 작품 속에서도 어김없이 세상의 밝지만은 않은 면을 선보이는 몇 작품들과 같은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늘 다른 색깔로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 세계에 다시 한번 인기 작가의 저력을 발견했습니다.

 

 

 

 

책 정보

 

Kogure Shashin-Kan by Miyabe Miyuki (2010)
고구레 사진관 하
지은이 미야베 미유키
펴낸곳 자음과모음
옮긴이 이영미
초판 1쇄 인쇄 2011년 11월 22일
초판 1쇄 발행 2011년 12월 15일
디자인 김수진 김희숙

 

 

 

    p. 568~9

    달려 나가, 가키모토 준코.

    난 이미 달리고 있어.

    당신이야말로 이제 달려.

    언제까지고 멈춰 있기만 하면 안 돼. 역은 오래 머무는 장소가 아니야.

    달려 나가, 하나비시 에이이치.

    그래, 달리자. 철로는 계속 이어져 있으니까. 지금은 안 보이는 그 어딘가를 향해 달려 나가자.

    그곳에는 틀림없이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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