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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
이 소설은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 '그래스호퍼'의 후속편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로 읽어도 전혀 내용 이해에는 문제가 없지만 -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이 항상 그렇듯이 - 순서를 지키거나 반대로 읽어도 몇 인물들을 공유하기 때문에 재미있습니다.
전작이 그랬듯이 이번 이야기 역시 '킬러들'이 주인공입니다. 킬러이긴 하지만 넓게 보자면 '심부름꾼'정도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간업자를 거쳐서 누군가의 의뢰를 통해 물건을 운반하거나 사람을 처리해주는 일을 맡은 킬러들이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인간관계는 킬러와 중간업자가 주로 나오는 편입니다.
'그래스호퍼'에서는 결국 이야기가 모아지긴 하지만 외로운 개인의 모습에서 조망되었다면 이번 소설에서는 아무래도 장소가 '신칸센' 내부로 한정되기 때문에 조금 더 가까운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래스호퍼'가 상당히 암울하달까 우울한 분위기가 자욱하게 깔린 기분이 드는 소설이었다면 같은 암울한 킬러들의 이야기이지만 상당히 경쾌한 감이 있습니다. 등장 캐릭터들 덕분이겠지요.
살인청부업자를 한때 했지만 알콜중독에 걸려 지금은 그냥 아저씨인 기무라는 '왕자'의 협박을 통해 다시 총을 잡습니다. '왕자'는 성 덕분에 붙은 별명인데 아주 부잣집의 성실해보이는 모습을 한 중학생입니다. 그러나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입니다. 잔혹한 모습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운을 타고난듯 늘 자신의 마음대로 사람들을 조종하게 됩니다.
한편 이들과 별개로 '밀감'과 '레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살인청부업자 파트너가 등장합니다. 미네기시의 아들을 구하고 몸값이 든 트렁크도 함께 구해와야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문학을 많이 읽고 박식하며 차분한 '밀감'과 아이같이 즉흥적이고 상식도 없고 지식도 없지만 '꼬마 기관차 토마스'에 대해선 완벽 암기를 하고 있어서 사람이든 상황이든 토마스의 기관차들을 인용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업무를 맡아 신칸센에 타게 되는 나나오는 정말 불운을 타고난 인물입니다. 별것 아닌 일을 수행하면서 남들은 일생에 한번 당해볼까말까한 어마어마한 사건에 휘말리는 일이 비일비재한 불운의 인물. 소위 무당벌레라고 불리웁니다. 이런 불운의 사나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계속 해나가는건지 알 수 없었지만 결국 그 이유가 있더라구요.
이 신칸센의 이름은 '하야테'호로 도쿄에서 모리오카까지 운행하는 기차입니다. 작가의 실제 거주지가 센다이 지역이라 몇 작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작품이 센다이가 배경이 많습니다. '그래스호퍼'가 예외적으로 도쿄가 배경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잠시 센다이를 지나서 그것도 흥미거리였습니다.
배경은 일단 이렇구요. '마리아비틀'은 무당벌레의 영어인 '레이디비틀'에서 성모마리아를 가리키는 '레이디'에 '마리아'를 넣어 만든 단어라고 합니다. 이 킬러들이 탑승한 위험한 '하야테'호 안에서 정말 상상도 못한 일들이 마구 벌어집니다.
이사카 코타로 소설을 읽으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의 소설에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도 뒷이야기의 복선으로 사용되어 성실히 읽는 독자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안겨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그래서 별것 아닌 대화처럼 보인 이야기도 나중에 반드시 재등장하곤 합니다.
밀감과 레몬은 미네기시의 아들을 구출해 신칸센에 탑승하지만 난데없이 아들이 죽어있습니다.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트렁크가 사라집니다. 한편, 나나오는 옮기고자했던 트렁크를 잘 찾아내지만 어디론가 사라집니다. 그리고 왕자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충 그들이 누구인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치를 채게 됩니다.
대체 미네기시의 아들을 죽인 자는 누구인지, 이들의 트렁크는 어디로 간건지, 왕자가 죽이려는 자는 누구인지, 기무라의 아들은 무사할 수 있을지 이 복잡한 상황들은 후반부로 갈 수록 더 복잡해져서 죽음과 새로운 인물들의 등장과 전혀 상상치 못했던 결말로 나아갑니다. 그리고 읽는 사람들은 글의 중간쯤에 느꼈던 '이 소설의 실제 주인공은 이 사람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맞았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스호퍼'에서 등장했던 인물들과 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대화 속에 나왔던 인물들의 등장을 찾아내신다면 더욱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구요. 왕자의 의문에 대한 대화들을 통해 작가는 정말 이 소설을 쓴 이유를 여기에 뒀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 파더'를 통해 이사카 코타로가 늘 비슷한 작품만 써왔던 것 같아서 새로운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 이후 소설들이 바로 '골든슬럼버', '그래스호퍼'와 이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반기의 그의 작품들과는 확실히 많이 달라는 느낌이 듭니다.
'러시라이프'에서 살짝 보여줬던 '킬러'에 대한 생각과 암울함은 '그래스호퍼'에서 좀 더 세분화된 기분이 들고, '그래스호퍼'의 느낌을 좀 더 이사카 코타로적인 유머로 풀어낸 것이 바로 이 '마리아비틀'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딘가 '명랑한 갱~'의 인물들이 떠오르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자신의 전작의 인물들을 재등장시키는 기법은 마치 지속적으로 자신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을 잊지 않는 기분이 들어 발견할 때마다 항상 즐겁습니다. 다음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도 기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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