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럭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김세정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서평


이 책은 세 가지의 단편을 엮었습니다. 원제는 '口笛吹いて'로 '휘파람을 불고'정도일 것 같습니다. 무능한 선생님을 아빠와 동일시하는 '땡땡', '부부싸움에 지쳐 이제는 헤어질 결심을 하는 '굿 럭', 그리고 임시 교사로 초등학교 선생님에 복귀하게 되는데 너무 힘든 상황을 그린 '레오에게 봄이 오면'의 세 가지 이야기입니다.

공통점도 없고 화자의 나이나 상황이 전혀 다른 이 세 가지 이야기 덕분에 각각의 다른 감상을 하게 되는 소설집 같습니다. 그러나 동일하게 각 인물들은 열심히 고심한다는 면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주인공들은 열심히 고심하고 결론을 내리는 인생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땡땡
성이 다나카라서 '땡땡'인지, '담담하다'는 '탄탄'에서 나온 땡땡인지 이상한 선생님이 한명 있습니다 국어1을 담당하는 교사인데 전혀 화를 내지않고 아이들을 무시한채 수업만 하는 교사입니다. 덕분에 그 시간은 모두 딴짓을 하지만 주인공인 가나에만큼은 열심히 수업을 듣습니다.

그러나 그런 땡땡과 닮은 아빠가 회사에서 짤릴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땡땡에게도 아빠에게도 화가나기 시작합니다. 고1의 시점으로 조금 어리게 그린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지만, 이런 아이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땡땡의 마음이 어떤지 정확히 나오지는 않았지만 가나에는 '대화'라는 해결책을 얻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부터 멀어진 아빠와의 관계가 이제는 가까워질 것 같습니다.  


굿럭
이 단편은 앞의 '땡땡'과 전혀 다른 한 가장의 모습을 그립니다. 어린 아이 둘을 키우는 아버지의 모습이라 '땡땡'에서의 아버지와 같은 나이대도 아니지요. 아이들이 재미없다던 '인생게임'을 홀로 집에서 하면서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대학동창으로 시작해서 15년간 끈질기게 싸웠다가 사이 좋았다가 이혼 이야기가 몇 번은 오간 이 부부에게 이제는 정말 끝이 보이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첫째 아이를 기를 때와 다르게 둘째 아이를 기르면서 체력의 한계에 도달하다보니 싸움도 잦아졌지만 그보다 자신에 대해서도 부인에 대해서도 멀어져가는 느낌 때문에 이제는 정말 이혼을 해야할 것 같다는 결심을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의 방문을 받습니다. 이사 전에 살았던 할머니와의 친분으로 종종 찾아온다고 합니다. 엇갈린 대화 속에서 주인공은 자신의 인생을 생각해보고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수국의 비유는 정말 탁월한 것 같습니다.

레오에게 봄이 오면
이 단편 역시 앞의 두 편과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이번에는 31세의 초등학교 교사가 주인공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힘들게 교사 생활을 하지만 아이가 병으로 죽게 되고 휴직을 하던 중 임시 교사 자리가 나게 되어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몇 개월 맡게 됩니다.

그러나 반의 한 남자 아이가 이유도 알 수 없이 "꼭 박살 낼 거야!"라면서 증오를 내보입니다.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왜 그런지 사정을 알게되어도 어떻게 대응해야할지를 모른채 힘들어만 합니다. 그러다가 마치 폭력 교사라도 되는 것처럼 학부모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레오.

레오의 엄마를 만나면서 상황을 알게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죽은 주인공에게는 이 엄마의 고민이 한없이 부럽기만 합니다. 교사를 더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분위기가 이어지지만 결국 멋있게 마무리짓는 모습이 시게마츠 기요시 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게마츠 기요시의 소설을 읽다보면 잘 짜여진 프로의 글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소설가도 아마추어는 아니겠지만 특히나 시게마츠 기요시의 소설은 그만큼 균형적이랄까 뻔한 면도 있고 전형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형식을 알면서도 읽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스한 면을 중시하는 이야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이 단편집도 역시나 각기 다른 고민을 안고 살아가지만 결국 따스하게 마무리 되는 것이 뒷맛이 좋달까요. 종종 시게마츠 기요시의 소설이 떠오르는 이유가 이런 면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 정보

Kichibue Huite by Shigematsu Kiyoshi (2001)
굿럭 (원제: 口笛吹いて)
지은이 시게마츠 기요시
발행처 북스토리
1판 1쇄 인쇄 2007년 5월 15일
           발행 2007년 5월 20일
옮긴이 김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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