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방관자의 심리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이성현 옮김 / 노마드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평


사건 후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이 이 모음집 집필의 출발점이었다.
사건이란 죽은 자들의 드라마가 아닌, 그 주변인들의 슬픔과 번뇌다.
사건이 해결된 후에 드러나는,
가슴을 애태우는 '참된 사건'이 머릿속을 헤집을 것이다. (p. 339)  


이 소설의 일본 원작 제목은 '진상'입니다. 위의 글은 일본에서 발매되었을 당시 띠지에 적혀있던 작가의 글이라고 하네요. '진상'에 대한 이야기가 다섯 가지 각기 다른 사건으로 펼쳐집니다. 미스터리 장르에 속하지만 추리를 하는 특정 인물이 있는 추리물은 아니고 화자가 각각의 사건에 대해 진상에 직면하게 되는 면을 지녔기 때문에 사회파 미스터리에 더 가까운 느낌이 듭니다.

아들의 살해 10년 동안 알지 못했던 범인을 드디어 잡은 이야기를 통해 피해자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진상', 공무원으로 그리고 이제는 새롭게 면장으로 거듭나는 인생을 살려고 하지만 그 이유가 자신의 예전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서인 가해자의 이야기를 그린 '마음의 지옥'.

퇴직을 당하고는 실험 아르바이트를 하고 실업급여로 간간히 살아가는 한 남자가 목격자가 되는 이야기를 그린 '살생부', 대학시절 가라테부에서 끔찍한 훈련 끝에 죽은 친구의 진상을 알고자하는 살인 방관자의 시점을 그린 '살인방관자의 심리', 마지막으로 '그 집의 미스터리'는 강도로 인해 전과자가 된 한 남자가 힘겹게 살아가다가 겨우 좋은 은인을 만나 인생이 변하지만 그 안에도 진상이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진실은 때로는 보고싶지 않은 면까지도 담고 있을 때가 있습니다. '진상'편을 살펴보면 끔찍히도 기대하고 사랑했던 아들을 죽인 범인이 잡히기를 늘 고대해왔던 아버지이지만 막상 진상을 알게되니 그 아들의 인생은 실은 자신이 알고 있었고 원했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이 소설이 장편이었다면 아버지는 많은 방황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감정을 다뤘다는 면에서 이 소설이 평가받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산토리 미스터리대상 수상, 마츠모토 세이초 추리문학상 수상, 일본 추리작가협회상 수상, 제1회 전국서점대상 수상, 2003년 전국 미스터리소설 베스트 1위, 2004년 일본 걸작미스터리 베스트 1위'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단 소설집입니다.

'진상'에서는 단순히 가해자 가족의 이야기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가업을 물려받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심한 흔적이 있습니다. 한편 완전 반대의 가해자 측면을 그린 '마음의 지옥'과 '그 집의 미스터리'는 가해자이지만 그럴듯하게 살아왔거나 전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면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순탄하게만은 흐르지않고 또 다른 사건에 직면하게 되는 불행한 모습은 가해자가 되지 말아주길 독자에게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사회파 미스터리에 가까웠던 '살생부'는 괴로운 중년의 모습을 처절하게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번역판의 표제작인 '살인방관자의 심리'에서는 가해자는 전혀 등장하지 않은채로 고통받는 방관자들이 존재합니다. 가해자는 멀쩡히 살아가지만 방관자는 고통받아야하는 모습은 참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흔히 경찰 추리물은 경찰 캐릭터 스스로가 정의의 편에 서 있기 때문에 그들이 갖고 있는 도덕적인 판단이 소설의 기반이 되어 줍니다. 그래서 강인한 인물이 가해자를 탓하고 피해자 가족을 굳게 잡아주는 힘이 되어 줍니다. 그러나 이 소설 속에는 영웅이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인물들은 모두 나약하고 불안정한 모습 덕분에 이것이 현대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것만 같아서 사회파 미스터리 같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책 정보

SINSOU (真相) by Hideo Yokoyama (2003)
살인방관자의 심리
지은이 요코야마 히데오
펴낸곳 노마드북스
1판 1쇄 인쇄 2008년 6월 16일
1판 1쇄 발행 2008년 6월 23일
옮긴이 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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